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헤이, 유먼 러닝 오케이?”(양승호 감독) “예스, 유 투?”(유먼)
롯데 양승호 감독이 유먼만 보면 웃는다. 유먼의 넉살이 보통이 아니다.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유먼은 양 감독에게 거수경계를 하고, 양 감독도 똑같이 이를 따라 하는 게 개그콘서트 저리 가라다. 조용한 사도스키와는 달리 왁자지껄한 유먼은 이미 팀내 최고 입담꾼 홍성흔과는 콩글리쉬로 만담을 할 정도다.
팀 적응만 끝난 게 아니다. 한국야구 적응도 끝났다. 스트라이크 존 끝을 파고드는 직구는 소위 말해 ‘이치로도 못 치는 코스’로 들어간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서클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일품이다. 그것도 공을 숨겼다가 릴리스를 할 때 타자에게 노출을 시키기 때문에 타자들로선 좀처럼 유먼의 공에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29일 부산 LG전에 선발로 나서기 전까지 유먼은 3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했다. 11일 잠실 LG전서 7이닝 5탈삼진 3실점, 17일 인천 SK전서 7⅓이닝 6피안타 8탈삼진 2실점, 24일 대구 삼성전 6이닝 5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올 시즌 용병 투수들 중 가장 꾸준한 피칭을 했다. 2승에 평균자책점 2.21.
하지만, 이날 경기는 유먼에게 고비가 될 수 있었다. 롯데 입단 후 처음으로 4일 쉬고 등판한데다 이미 한 차례 상대해본 LG전이었다. 경기 전 LG 타자들은 김무관 타격 코치의 지도에 따라 유먼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타이밍에 맞게 스트라이크만 철저히 치자는, 타격의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야구란 게 그렇다. 투수가 예리한 제구력과 흔들리지 않는 배짱이 있다면 여전히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할 수 있다. 더구나 직구 구속도 147km까지 나오는 등 140km대 중반을 꾸준히 넘겼고, 투구 폼을 최대한 숨겼다가 내놓았기 때문에 여전히 LG 타자들은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직구를 가장 많이 던졌고, 서클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으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것도 직구와 변화구의 폼이 일정했다.
그 결과 LG 타자들은 9회까지 유먼에게 단 1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했고 유먼은 이렇다 할 위기를 맞지 않았다. 투구수는 103개로 이닝당 11개에 그쳤다. 삼진도 7개를 잡았고 내야 땅볼 아웃만 9개나 유도했다. 또한, 이전 3경기서 4개의 볼넷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이날은 아예 무사사구 경기를 했다. 철저하게 낮게 낮게 던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던 3루수 황재균이나 이날 데뷔 후 첫 선발 출장한 유격수 신본기도 착실하게 수비하며 유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9이닝 1피안타 무실점. 데뷔 후 첫 완봉승이고 4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에 시즌 3승이다. 이만하면 롯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좌완 용병 투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선두 롯데가 복덩어리 유먼 덕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완벽한 투구를 선보인 유먼. 사진 = 롯데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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