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충격의 4월이었다. 최강 이미지가 사라졌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4월을 7승 10패, 6위로 마쳤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이승엽의 영입으로 타선은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지난해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 마운드도 굳건할 것이라 봤다. 하지만, 시범경기 7위로 경고음이 들리더니 정규시즌 초입인 4월에도 사실상 죽을 쒔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 와중에도 조금씩 변화를 모색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4월에 치른 경기들을 쭉 살펴보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서 진 경기는 별로 없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더 맞아서, 결정적인 한방을 덜 때려서 진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 한 끗 차이가 승패를 가르고, 실력인 법이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승리에 속에서 천불이 났을 것이다. 마운드가 그럭저럭 막아주면 타선이 꽁꽁 묶이고, 타선이 좀 터진다 싶은 날에는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진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그랬다.
삼성은 선동열 전 감독 시절부터 타선이 뻥뻥 터지는 팀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전과 주루, 기동력을 가미한 한방과 짠물 마운드, 탄탄한 수비로 승부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수비와 기동력만 굳건할 뿐, 마운드가 이상 신호를 내고 있다. 4월 한달간 토종 선발승은 2승에 불과하고 강점이라던 불펜진의 패배도 3번이나 있었다. 팀 평균자책점은 30일 현재 4.49로 5위이고, 팀 홀드도 7개로 4위에 불과하다. 선발진의 퀄러티 스타트는 8회로 2위이지만, 팀 피안타율은 0.253으로 4위다. 최강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리그 평균 수준이거나 그보다 약간 더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봐야 한다.
더 문제인 건, 이렇게 투타가 조금씩 어긋나면서 나머지 7팀이 삼성을 더 이상 상대하기 어려운 팀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을 상대하는 팀은 경기 중반 조금이라도 뒤지고 있을 때 삼성의 강력한 불펜을 부담스러워해 지레 부담을 갖고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여기에 삼성 타선이 지난해 리그 최다 역전승을 일궈내는 등 막판 집중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경기 끝까지 긴장을 할 수 없었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 이길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상대팀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한다. 붙기 전에는 삼성의 파란 유니폼이 무서워 보였지만, 막상 붙어보니 “어? 해 볼만 하네?”다. 이런 양상은 삼성이 전력을 추스른 뒤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월 승부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팀간 승차와 순위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외에도 시즌 초반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때로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도 남을 자신감과 힘이 붙는 걸 의미한다.
물론 삼성이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전력을 지녔는가?” 라는 물음에 “YES”라 말할 사람이 많다는 보장도 하기가 어렵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 두산, SK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고 중, 하위권에 처진 팀도 삼성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삼성은 상대 팀들에 그만큼 이길 수 있는 빌미를 너무 많이 내줬다.
삼성은 이제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 외에, 상대의 전투적인 마인드와 괴롭힘도 이겨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았다. 삼성이 시즌 전 평가대로 4월부터 무서운 전력을 보여주면서 치고 올라섰다면, 나머지 팀들은 삼성보다 다른 팀과의 승부에 역량을 집중했을 가능성이 컸다. 순위 싸움을 위해서 그게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에 상대에 약한 고리를 보인 삼성이 그런 프리미엄을 누릴 기회는 사라졌다. 어떻게든 5월에는 반등을 해야 하는 삼성, 앞으로도 만만찮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부진에 빠진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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