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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SBS '짝'은 '짝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가장 소중한 짝에 대한 희생과 배려와 그리고 사랑을 돌아본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노골적인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짝'은 전형적인 심리 훔쳐보기 프로그램이다. 남녀의 연애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상대방의 심리다. '짝'은 개별 인터뷰와 각 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현실 속에선 알기 어려운 남녀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벗겨낸다. 남성 혹은 여성이 이성의 어떤 점에 이끌리는지, 그것이 학력인지 외모인지 '짝'은 여과 없이 이성의 속내를 시청자들에게 노출한다.
능력 있는 남자, 예쁜 외모의 여자에게 호감을 갖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짝'은 그 비밀스러운 속내의 자극만 거듭 부각시키기 때문에, 마치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이것이 '짝'의 '재미'이기 때문에, 그리고 '짝'을 통해 포장되지 않은 이성의 속마음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비난을 하면서도 '짝'을 찾아보게 된다.
그렇지만 '짝'에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비겁한 차별이 존재한다.
'짝'의 남녀 출연자들은 이른바 '도시락 선택 게임'을 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도시락을 들고 찾아가고, 그 이성에게 다른 출연자도 찾아온다면 다 함께 도시락을 먹는다는 규칙으로, 아무도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은 사람, 즉 이성에게 선택 받지 못한 출연자는 벌칙을 받게 된다.
그 벌칙이란 건 다름 아닌 '도시락 혼자 먹기'다.
도시락을 혼자 먹게 되는 출연자에게 외로움 혹은 수치심을 주기 위한 벌칙인데, 사실 이 벌칙은 저급한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 '밥을 혼자 먹는다'가 곧 '수치스럽다'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성과 도시락을 먹는 출연자의 웃고 떠드는 모습과 묵묵히 혼자 도시락을 먹는 출연자를 잇따라 비추고, 두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상반된 분위기가 비교되게 연출하며, 혼자 먹는 출연자의 '외로움'을 강조하고 그 출연자가 부끄러워하는 멘트도 카메라에 담으면서 시청자들에게 '도시락을 혼자 먹게 돼 불쌍한 출연자'란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성에게 선택 받지 못한 출연자에게 주어지는 벌칙, 그것은 물풍선 세례도 얼굴에 낙서하기도 아닌 도시락 혼자 먹기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자신 안에서 형성된 불안' 만으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조용하면서도 잔인한 벌칙이다.
이성에게 선택을 못 받았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 밥먹기'는 수치스러운 것이란 편견이 내포됐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혼자 밥 먹기'에 대한 이상한 차별이 존재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거나 혹은 뒤에서 수군거리며 비웃고, 혼자 밥 먹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서 밥 먹기를 망설이게 되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커뮤니티에는 네티즌을 놀라게 한 사진이 올라왔다. 화장실의 한 칸에서 찍은 것으로 양변기 위에 도시락이 놓여진 사진이었다. 덧붙여진 사연은 놀라웠는데, 학교에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지만 혼자 먹기는 남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매일 화장실에서 몰래 도시락을 먹는다는 이야기였다. 괴로운 건 옆 칸에 누군가 들어오면 그 소리를 들으면서, 들킬까 봐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게시글을 보자 너무 충격적인 사연에 자작한 이야기라거나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편에선 밥을 혼자 먹는 것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화장실 도시락 사연이 자작이든 아니든, 여전히 우리가 '혼자 밥 먹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짝'이란 이름의 교양프로그램은 우리의 이 불편함을 은연 중에 부추기고 있다.
[SBS '짝'에서 도시락을 혼자 먹는 출연자의 모습.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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