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마수걸이포는 언제 터질까.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삼성)의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다. 최형우는 4월 한 달간 17경기에 출전했지만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다. 4월 한 달간 홈런을 1개라도 터뜨린 선수 47명 중 최형우의 이름은 없다.
지난해 이대호(오릭스·당시 롯데)를 누르고 홈런왕에 올랐던 위력이 사라진 것.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홈런왕들의 다음 시즌 첫 홈런은 언제 터졌을까.
▲ "너무 잘 치면 불안"… 최형우의 불안감 현실이 되다
최형우는 풀타임 선수로 거듭난 2008년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덕분에 지난 시즌에는 홈런은 물론이고 타점왕, 타율 2위에 오르는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형우는 만족을 몰랐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밀어치는 타구에 중점을 두며 또 한 번의 진화를 노렸다. 3안타를 때리고도 모두 우측으로 나오자 아쉬움을 표했던 그였다. 여기에 올시즌부터 이승엽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기에 최형우의 방망이는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예상됐다.
최형우는 시범경기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두려워 했다. 타격 사이클을 봤을 때 시범경기 때 좋으면 4월 개막 이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최형우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최형우는 4월 한 달간 타율 .167 5타점에 머물렀다. 류중일 감독이 4번에 고정시켜 놓고 그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홈런은 물론이고 안타 자체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최근 3경기에서 한 개씩 안타를 때리며 서서히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 최근 7년간 홈런왕, 대부분 시즌 초반 마수걸이포 터뜨려
그렇다면 지난 몇 년간 홈런왕들의 다음 시즌 첫 홈런은 언제 나왔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모두 시즌 시작 직후에 터졌다. 2010년 홈런왕이었던 이대호는 2011시즌 개막전에서 '괴물' 류현진(한화)을 상대로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전 홈런왕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홈런왕 김상현(KIA)은 2010년 개막 이후 둘째날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포를 신고했으며 2008년 홈런왕 김태균(한화)도 2009시즌 개막 이후 세 번째 경기에서 김명제를 상대로 대포를 가동했다.
그나마 가장 늦은 선수가 2007년 홈런왕 심정수(당시 삼성)다. 2007년 31개의 홈런을 때리며 홈런왕에 올랐던 심정수는 이듬해 3홈런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즌 첫 홈런은 시즌 8번째 경기인 4월 6일 히어로즈전에서 나왔다. 이미 최형우는 17경기를 넘겼다.
이 밖에 2006년 홈런왕 이대호는 2007년 개막 이후 세 번째 경기에서, 2005년 홈런왕 래리 서튼은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2006시즌 2번째 경기에서 SK 김원형을 상대로 3점포를 터뜨렸다. 지난 6시즌간 최형우보다 첫 홈런이 늦게 터진 선수는 없었다.
▲ 2004년 홈런왕 박경완, 다음해 6월 돼서야 시즌 첫 홈런
그렇다고 최형우가 지나치게 조급함을 가질 필요는 없다. 2004년 홈런왕이었던 박경완(SK)은 이듬해 6월이 돼서야 시즌 첫 홈런을 가동했다. 자신이 출장한 39경기만의 홈런포였다.
물론 박경완도 핑계거리는 있다. 2004시즌 직후 무릎 수술을 받았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재활에 주력해 타격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최형우는 어느 때보다 알찬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다르지만 최형우는 박경완을 위안 삼아(?) 조금 더 편안한 마음 속에 타격에 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워낙 장타력을 갖춘 최형우이기에 마수걸이포가 터진다면 4월 한 달간 감췄던 홈런포도 한꺼번에 꺼낼 수 있다.
▲ 지난 8시즌간 홈런왕의 다음 시즌 첫 홈런 나온 시기
2011-최형우 (17경기에서 홈런 0)
2010-이대호 (개막전/4월 2일 한화 류현진 상대)
2009-김상현 (개막 두 번째 경기/3월 28일 두산 이현승)
2008-김태균 (개막 3번째 경기/4월 7일 두산 김명제)
2007-심정수 (8번째 경기/4월 6일 히어로즈 스코비)
2006-이대호 (3번째 경기/4월 8일 현대 김수경)
2005-서튼 (2번째 경기/4월 9일 SK 김원형)
2004-박경완 (개인 39번째 경기/6월 4일 LG전 박만채)
[아직까지 홈런을 개시하지 못한 2011년 홈런왕 최형우(왼쪽)와 2004년 홈런왕 이후 2005년 6월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SK 박경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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