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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긴 생머리에 뽀얀 얼굴,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가녀린 그녀! 우리의 기억 속에 첫사랑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2000년하고도 12년이 보태진 너무나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이건만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첫사랑의 이미지에 딱 부합되는 어린 배우들도 이러한 이미지를 대표하며 신(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니까.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흥행 면에서도 대박을 일으킨 감성 멜로 영화 '건축학 개론'의 수지와 KBS 2TV '사랑비'에서 70년대와 현대를 오가며 시대를 뛰어넘어 상상 속 첫사랑과 싱크로율 99%를 자랑하는 윤아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마치 짜여진 공식처럼 긴 생머리에 하얗고 작은 얼굴, 사슴같은 눈매에 여성스런 원피스를 매치, 비슷한 콘셉트로 등장해 남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각각 걸그룹 미쓰에이와 소녀시대 출신인 이들은 그룹 내에서도 비주얼을 담당했던 만큼 예쁜 미모를 첫사랑 이미지에 잘 끼워 맞췄다.
하지만 추억 속 첫사랑은 꼭 이래야만 할까?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첫사랑의 정형화된 이미지, 이제는 조금 식상하지 않나?
이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그녀는 이미숙이 연기하는 중년의 여성이 됐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첫 눈에 기억 속 첫사랑을 알아본 정진영은 다시금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인스턴트식 가벼운 사랑이 아닌 것으로 포장돼 그려지지만 첫사랑이란 이유로 모든 상황이 합리화되는 것은 어딘지 씁쓸하다.
왜 첫사랑을 생각하면 아련해질까? 실제 추억은 아련한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아닌 기억이 많다. 하지만 기억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만들어놓은 상상이 보태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가슴 속에 있다고 가정하면 내 첫사랑이 누가 보더라도 예뻤으면, 내 추억은 누구의 것보다 특별했으면 하는 로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 매체 등에 의해 너무나 이미지화 돼버린 첫사랑녀에 대한 환상과 첫사랑은 꼭 아련해야 할 것 같은 공식에 철저히 얽매어진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꼭 첫사랑은 윤아같이 예쁘고 이미숙같이 고운 중년 여성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영화 '건축학 개론'의 성공요인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실상은 '쌍년‘이란 욕설로 기억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이제훈에게 있어 추억의 수지는 전형적인 첫사랑의 이미지로 기억될 뻔 했지만 그의 오해 속에 그녀는 자취방에 다른 남자를 끌어들인 여자로 기억됐고 첫사랑=쌍년으로 남았다.
앞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다앙? 첫사랑녀들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중 이제훈과 첫사랑 수지(위). KBS 2TV '사랑비' 포스터 속 첫사랑 윤아와 장근석, 정진영과 이미숙]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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