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도 이제 힐링(Healing, 치유라는 뜻)이다. 송일곤 감독의 신작 '시간의 숲'은 관객들을 한 고요한 숲으로 초대한다.
유명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의 배경이 된 일본 가고시마 남단에 자리한 작은 섬, 야쿠시마로 배우 박용우를 데려간 송일곤 감독은 관객 역시도 자연스레 그 여정에 동참하게끔 만든다. 영화 속에서 박용우는 지금까지 스크린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 촬영 중 힘들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유독 여자에게는 낯을 가리는 본인의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새삼 발견해가는 진솔한 과정을 보고있노라면 박용우와 야쿠시마, 그리고 관객 사이 카메라라는 간극은 사라지고 만다.
'시간의 숲'의 연출을 맡은 송일곤 감독에게 다큐멘터리, 그리고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앞서 '시간의 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쿠바를 배경으로 연출한 바 있으며, 더 앞서서는 '광대들의 꿈'도 있다.
4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일곤 감독은 폴란드에서 영화 공부를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그가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폴란드 영화 공부를 하던 시절, 매 학년에 중요한 수업으로 다큐멘터리 수업이 있었다. 그때 처음 접하게 됐는데 극 영화와는 다르지만 울림이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극영화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등, 허구를 만드는 반면 실제하는 대상, 인물, 상황을 가지고 만드는 다큐멘터리 역시 의미있는 작업인 것 같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것들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능력이 되는 한 계속 다큐작업은 하고 싶다."
'시간의 숲'은 원래 송일곤 감독의 머릿 속에서 '아시아의 영혼'으로부터 출발했다. 몽골에 사막과 초원, 일본 야쿠시마 등을 떠올리며 시작된 기획에서 가장 그를 당긴 것은 야쿠시마에 있는 7200년이 된 나무였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박용우에게 손을 내밀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문학으로 따지자면 소설이 아닌 여행 에세이같은 느낌으로 시적인 나레이션도 있고 숲을 소개하고 여행에 관한 메시지도 있는 다큐멘터리로 좁혀갔다. 여기에 박용우라는 화자, 자기 철학을 가지고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있는 그이기에 화자로서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용우씬는 워낙에 진지하고 지적인 배우인데다 친분이 있어 편하게 같이 여행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의 숲'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송일곤 감독이 만들어낸 일종의 멜로적 구조이다. 송 감독은 박용우의 여행길에 일본의 여배우 타카기 리나를 동참시켰다. 일본에서 박용우를 기다리는 리나, 리나와 박용우의 낯선 첫만남, 여행을 통해 마음을 열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이별이 차례로 자연스럽게 포착됐다.
"박용우라는 남자가 혼자 여행을 가면 지루하고 자칫 너무 진지해질 수있다고 생각했기에, 누군가가 함께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용우씨도 저도 일본어를 못하니 일본 사람이 안내자가 된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던 차 리나라는 여배우를 알게 됐다. 게다가 한국말도 할 줄 아는 일본인이었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좋을 것이라 봤다. 아무래도 젊은 남녀가 만나면 흥미와 긴장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농담처럼 박용우는 송일곤 감독이 자신과 리나를 엮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송 감독은 "그 부분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우정도 소중한 것 같았다. 애초에는 (멜로를) 기대했었는데 용우씨가 워낙 낯가림도 심하고 진지한 사람이라. 그래도 그 정도로 가까워진 것도 참 좋았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엇보다 그 숲에 갔다온 느낌을 받는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일곤 감독. 사진=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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