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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1992년 재출범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 리그’ 프리미어리그(EPL)는 그동안 5명의 감독에게만 우승 트로피를 허락했다. 아니, 그보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퍼거슨(스코틀랜드) 감독이 허락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EPL의 시작과 함께 맨유의 시대도 함께 시작됐다. 1980년대만 해도 중하위권을 맴돌던 맨유는 1990년대 들어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잉글랜드 무대를 독점했던 리버풀은 추락했고 맨유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퍼거슨 감독은 칸토나(프랑스), 베컴, 스콜스(이상 잉글랜드), 긱스(웨일스), 슈마이켈(덴마크), 솔샤르(노르웨이), 판 니스텔루이(네덜란드), 호날두(포르투갈), 루니(잉글랜드), 박지성 등을 앞세워 20년 동안 12번 리그 정상에 올랐다.
1992-93시즌과 2011-12시즌 EPL 순위는 마치 다른 세상을 보는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EPL 2위부터 5위까지는 아스톤빌라, 노리치 시티, 블랙번, 퀸즈파크 레인저스가 차지했다. 노리치를 제외하고 모두 올 시즌 강등이 유력한 팀들이다. 하지만 1위는 역시 맨유다. 최근 시끄러운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패하며 자력 우승이 힘들어졌지만 맨유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EPL 우승을 다투고 있다.
이처럼 퍼거슨은 꽤 오랜 시간 EPL을 독차지 했다. 지금껏 퍼거슨 감독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은 감독은 4명밖에 되지 않는다. 달글리시(스코틀랜드), 벵거(프랑스), 무리뉴(포르투갈), 안첼로티(이탈리아)가 전부다. 달글리시는 1994-95시즌 블랙번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당시 블랙번은 승점 1점 차이로 맨유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벵거 감독은 무려 3차례나 퍼거슨을 이긴 감독이다. 1998, 2002, 2004년 아스날에 우승을 선사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무리뉴도 퍼거슨에 강했다. 포르투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를 제압한 무리뉴는 이후 첼시로 적을 옮긴 뒤 2004, 2005년 연속해 EPL을 제패했다. 가장 최근에 퍼거슨에 승리한 감독은 안첼로티다. AC밀란 시절 퍼거슨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안첼로티는 2009-10시즌 EPL에서 4번째로 퍼거슨 감독을 제압한 감독이 됐다. 안첼로티는 그 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도 차지했다.
맨시티의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는 퍼거슨을 이긴 5번째 감독이 된다. 20년의 세월 동안 단 4명밖에 하지 못한 일이다. 만치니의 우승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그가 시즌 종반 불리했던 상황을 딛고 역전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과거 1995-96시즌 뉴캐슬의 키컨(잉글랜드) 감독은 시즌의 3/4 이상을 1위로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퍼거슨 감독과의 심리전에서 완패하며 EPL 우승컵을 맨유에게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만치니는 퍼거슨과의 심리싸움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한때 승점 8점까지 멀었던 맨유와의 격차는 어느덧 같아졌고, 골득실에서 앞선 맨시티는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했다. 만치니는 최근 맨유전 승리에도 끝까지 “맨유가 여전히 유리하다”며 지나치게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맨유를 다시 앞선 지금, 이제는 마치 퍼거슨을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들리기까지 한다. 까다로운 뉴캐슬전이 남았지만, 지금 1위는 맨시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맨시티는 1967-68시즌 이후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퍼거슨의 심리전에 흔들리지 않는 만치니 감독이 있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앞선 상황에서도 여전히 맨유의 손을 들고 있는 만치니의 자기 체면이 리그 최종전인 38라운드에서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극복한다면, 만치니는 EPL에서 5번째로 퍼거슨을 무너트린 감독이 될 수 있다.
[만치니 감독.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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