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 최고의 쌍포로 기대를 받았던 삼성 이승엽과 최형우. 9년만에 국내에 돌아온 이승엽은 타율 0.382 5홈런 14타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는 타율 0.176 무홈런 5타점으로 부진하다. 2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삼성 김성래 수석코치가 이승엽과 최형우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모았다.
▲ 깊고 진한 맛, 와인 같은 이승엽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한테 할 말이 뭐가 있노. 부족한 게 있으면 알아서 훈련한다. 다른 선수들이 좀 배워야 돼.” 김 코치는 가르칠 게 없으니 하산해도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코치는 이승엽이 이렇게까지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승엽이 제아무리 이승엽이라지만, 엄연히 전성기가 지난 타자이고, 9년만에 돌아와 곧바로 적응을 완벽하게 할 만큼 국내 야구가 만만치 않아지면서 리그를 좌우할 수 있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김 코치는 “기본만 해줘도 만족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하고 있다”라고 이승엽을 치켜세웠다.
이어 김 코치는 “일본 생활 8년을 무시 못한다”라고 말했다. 용병 신분으로서 숱한 부담감과 압박감 속에서 8년을 보낸 것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는 의미다. “원래 장타자는 인코스보다 아웃 코스를 더 잘 친다. 승엽이한테도 몸쪽으로 붙여서 견제하려는 게 눈에 보이는데, 절대로 안 말려든다”라고 말했다. 몸쪽 위협구에 이은 바깥쪽 유인구 공략은 이승엽이 일본 생활 8년 동안 지겹게 상대한 패턴이다. “어지간한 견제에는 꿈쩍도 안 한다”는 게 김 코치의 말이다.
한 마디로 이승엽의 타격은 성숙 그 자체라는 게 김 코치의 뉘앙스다. 이어 “이승엽은 경험이 많이 쌓여서 6~70% 정도는 다음에 올 공을 예측할 줄 안다”라고 말했다. 원래 예측 타격에 강했던 이승엽이다. 여기에 일본 8년 경험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생소한 투수들도 어렵지 않게 상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게 김 코치의 설명이다. 한 마디로 이승엽의 타격은 어지간한 외풍과 환경변화에도 당장 꿈틀대지 않고 깊은 향과 맛을 풍기는 와인과도 같다.
▲ 달고, 톡 쏘는 맛, 칵테일 같은 최형우
김 코치에게 최형우에 대해 질문했다.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오늘 (홈런)하나 나오지 싶은데”라고 과감한(?)발언을 했다. 최근 최형우는 김 코치와 함께 경기 전 특별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올 시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단 2개뿐이고, 간혹 단타가 나오고 있다. 소위 말하는 '똑딱이'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엽이하고 형우는 전혀 스타일이 다릅니다. 승엽이는 예측 타격이 강하지만, 아무래도 형우는 승엽이보다 경험이 떨어지니까 그런 건 좀 부족하죠. 대신 형우가 컨디션이 정말 좋을 때는 이 코스 저 코스 가리지 않고 다 쳐내요. 작년에도 그래서 타율이 높았던 거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최형우는 보통 어깨가 일찍 돌아가면서 벽(상체를 의미)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죠. 그래서 볼에도 방망이가 막 나가더라고. 지금도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에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둘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형우도 기술적인 문제는 크게 없어요. 다만, 심리적으로 조금 쫓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고. 그런 걸 의식한다는 게 눈에 보여요”라고 말했다. 일본 8년 경험의 베테랑 타자와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갈렸다. 둘은 분명 국민타자와 지난해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똑같이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이승엽은 경험을 무기로 잘 헤쳐나가고 있지만, 최형우는 심리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김 코치의 설명이다.
최형우는 분명 좋은 타자다. 손목의 힘도 좋고 홈런 스윙을 할 줄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김 코치는 다양한 코스를 칠 수 있는 능력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스윙 스팟이 다양하면서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장타만큼 필요할 때 알토란 같은 적시타와 2루타도 많이 쳤다. 홈런, 타점, 장타율 3관왕은 그냥 하는 게 아니다. 이승엽의 타격이 맛과 향이 진하게 숙성된 와인이라면, 최형우의 타격은 알코올과 음료를 섞어서 달고, 톡 쏘면서도 다양한 맛을 내는 칵테일과도 같다.
▲ 와인은 와인, 칵테일은 칵테일, 시너지 효과는
김 코치는 최형우가 지난해 칵테일만의 매력을 내뿜었던 시기로 돌아가길 원한다. 이승엽도 장기인 예측 타격을 앞세워 계속 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둘이 제대로 함께 터지는 날에는, 삼성 중심 타선은 8개구단 최강이 된다.
사실 와인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맛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무작정 숙성만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주변 환경에 관심을 쏟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두고두고 깊은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이승엽도 그렇다. 지금은 승승장구하지만, 경기 전 훈련에 가장 열심히 임하고, 또 부족한 것은 스스로 찾아서 한다는 게 김 코치의 설명. 어지간해서 이승엽이라는 와인의 맛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칵테일은 종류와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맛을 내려다 되려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김 코치는 모든 코스에 방망이를 갖다 대던 최형우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전혀 다른 와인과 칵테일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날이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투수들 입장에서는 곤란해진다. 삼성은 지금 투수가 와인과 칵테일의 결합에 의한 오묘한 맛에 취하길 바라고 있다. 와인칵 테일도, 종류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고, 투수는 그럴수록 머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굳건한 와인에 비해, 칵테일이 어떤 맛을 내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날지 궁금하다.
[와인같은 이승엽, 칵테일같은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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