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톡톡 맞혀서 살기 위한 야구만 해요.”
일전에 롯데 전준우가 “국내 최고의 3번 타자는 두산 김현수에요”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둔 두산 김현수에게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곧바로 본인이 전준우의 말을 인정한다면, 자신을 자랑하는 꼴이 되니 어떤 식으로 답을 내놓을지 궁금했다. 예상 외였다. “뭐가 최고에요. 전 그저 살기 위한 야구만 하고 있어요”라고 한숨을 내쉰 김현수다.
어쨌든 김현수는 국내 정상급 3번타자다. 2008년과 2009년 타율 0.357을 때리며 타격 기계라는 명성을 얻었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할을 때렸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에 고개를 내젓는다. “저 요즘 스스로 정체된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톡톡 갖다 맞혀서 안타를 치면 뭐해요. 그건 팀에서 원하는 게 아닐 거에요”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고타율보다는 홈런과 타점을 많이 기록해야 좋은 중심타자라는 것이다. 김현수는 이에 대해 “경기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전 이대로가면 도태되고 말 거에요. 사람은 항상 발전을 해야 하는데, 침체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2008년과 2009년 연속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항상 홈런과 타점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래서 2010년 타격폼을 다소 수정해 24홈런을 기록했다. 그래도 타율도 0.317이었다. 컨택 능력과 장타 능력을 동시에 과시한 것이다. 김현수도 “그때가 제 도전의 절정인 시점이었어요. 당시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제 몫을 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현수에게 2011시즌과 올해는 정체된 시즌이다. 지난해 그는 타율 0.301에 13홈런 91타점을 올렸다. 2년 연속 20홈런을 쳤던 2009년과 2010년에 비해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한 김현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차라리 작년이 나았어요. 작년에는 삼진도 많이 당하고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를 정말 많이 쳤어요. 그런데 올해 제 타격은 작년에 비해 나은 게 하나도 없어요. 발전을 못하고 있는거죠”라고 자신에게 마구 쓴소리를 던졌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 0.339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홈런 없이 타점은 7개에 불과하다. 삼진은 5개로 많지 않지만, 삼진을 의식해서 오히려 스윙이 작아졌다는 게 본인의 말이다. “찬스에서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려야 하는데, 지금 전 그저 톡톡 갖다 맞혀서 안타를 쳐요. 그야말로 저 혼자 살려는 야구를 하고 있는 거죠.” 0.467이라는 높은 득점권 타율에도 불구하고 타점이 7개라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한 눈치다.
김현수가 말하는 강한 중심타자는 이렇다.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더라도 과감한 스윙으로 장타를 뽑아내고, 홈런과 타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본인은 그저 톡톡 갖다 맞추는 스윙에 길들여져 있다. “삼진을 당해도 팀을 위해서 뭐가 중요한지 깨달았는데…”라고 중얼거린 김현수는 “감독님이 분명 저에게 타율 0.350을 바라는 건 아닐 거에요. 살아나가는 건 종욱이형, 재원이 형, 수빈이가 할 수 있는데 말이죠.”
한 기자가 “혹시 집중 견제를 받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묻자 “어이쿠, 일본에 있는 (이)대호 형 보세요. 제가 받는 견제는 견제도 아니에요. 그런 부담은 없습니다. 나름대로 성숙해졌는데…”라고 또 다시 말 끝을 얼버무렸다. ‘살기 위한 야구’를 하는 김현수, 지금 그는 본인뿐 아니라 ‘팀이 사는 야구’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고민에 휩싸인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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