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1구. 박찬호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한화 박찬호가 5일 대구 삼성전서 101구를 던져 6이닝 8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당했다. 4월 12일 청주 두산전서 역사적인 한국 데뷔를 한 뒤 어느덧 1달 가까이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올 시즌 처음으로 100개를 넘는 투구를 했음에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는 게 최대 수확이다.
박찬호는 4월 12일 청주 두산전서 6⅓이닝 92개, 18일 청주 LG전서 6⅓이닝 93개, 24일 광주 KIA전서 4이닝 96개, 29일 청주 넥센전서 5이닝 86개를 던졌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80개가 넘을 경우 구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실제 5일 대구 삼성전 전까지 80개 투구가 넘어갈 경우 피안타율은 0.385였다. 80개 투구 이전 0.182에 비해 확연한 차이였다.
그런데 5일 삼성전서는 달랐다. 박찬호는 경기 초반 컨트롤이 좋지 않아 1,2회에만 각각 1점을 내준 상태였다. 때문에 4회 2사를 잡은 뒤 80개를 던져버렸다. 확실히 경기 초반 투구수 관리는 실패했다. 그러나 오히려 80개 투구를 넘기자 힘을 냈다. 80개 투구를 넘긴 시기는 4회 2사 1,3루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3구째를 던질 때였다. 볼이었지만, 힘이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5구째에 바깥쪽으로 흐르는 볼을 던져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5회와 6회가 본격적인 시험무대였다. 5회 선두타자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박석민과 배영섭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진갑용에게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흐르는 변화구를 던져 2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6회에는 손주인, 김상수, 박한이를 삼자범퇴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80개 투구부터 박찬호는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14개와 볼 8개를 던졌고, 6회에는 최고 구속 144km까지 찍는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 타자들은 5회와 6회 대체로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했는데, 이는 박찬호의 볼에 여전히 위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비록 경기 초반 투구수 관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위력을 발휘한 끝에 80개 투구가 넘어갈 경우 구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불식시켰다. 결과적으로 6이닝동안 101개를 던졌으니 이닝당 16개 정도 던진 셈이고 투구수 관리도 잘 했다. 특히 5회와 6회를 단 19개의 공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투구수가 많아도 여전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는 게 성과다. 박찬호의 올 시즌 WHIP는 1.41이다. 그리 좋은 수치는 아니다. 이날 삼성을 상대로는 무려 1.83을 기록했다. 올 시즌 피안타율도 0.243이다. 그러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25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는 롯데 고원준(0.063)에 이어 2위다. 더 자세히 파고들면 80개 투구를 넘긴 상황에서 득점권 피안타율도 0.200으로 낮은 편이다.
모든 투수는 공 개수가 많아질수록 힘이 떨어지고 위기를 맞이하는 법이다. 그래서 모든 감독이 선발투수교체 시점을 잡는 게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이날 박찬호에게서 구위나 기록을 봤을 때 80개 투구가 넘어간다고 해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 5일 대구 삼성전은 주변의 편견을 씻어버리는 한판이었다.
[스테미너를 과시한 박찬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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