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심창민이는 필승조고 백정현이도 곧 올려야 안 되겠나.”
솔직히 말하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요즘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다. 예상 외의 좋지 않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수들을 너무 지나치게 믿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류 감독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선수들을 지켜보는 건 절대로 아니다. 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심창미이는 이제 필승조라고 봐야지. 어제(4일 대구 한화전) 볼넷을 그마이(그렇게 많이) 내주고도 잘 던졌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백정혀이도 열흘 정도 있다가 올려야 안 되겠나. 지금도 2군에서 던지고 있는데 작년에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투수니까 조심스럽게 기용해야지. 그래서 최대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삼성 불펜은 올 시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혁,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은 평균자책점이 높거나 불펜 투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기출루자 실점율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체자가 잘 안 보이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선동열 전임 감독이 2004년 삼성 수석코치 시절부터 감독 초창기 시절 발굴한 투수들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덧 7~8년이 됐다. 이들이 그동안 굴곡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피칭을 펼쳐왔기에 사실 대체자 발굴에 소홀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8개 구단 불펜 투수 중 가장 꾸준한 투구를 펼쳐왔던 선수들이다. 어느 팀이든 이런 투수들을 보유한 팀이 이보다 더 좋은 투수를 발굴해서 경쟁을 시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불펜 투수의 경우 앞서고 있는, 소위 말해서 홀드 상황이 되는 경우에 나가서 위기를 막아내는 강심장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야 성장할 수 있는데, 무턱대고 가능성 있는 선수가 검증된 기존 불펜, 더구나 삼성에서 필승조를 제치고 앞선 상황에서 위기를 막는 경험을 꾸준히 쌓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류 감독은 “백정현은 가능성 있는 투수이지만, 지난해에 팔꿈치 수술을 했다. 또 다른 왼손 투수 박정태는 제구력이 좀 흔들려서 당장 1군에 올릴 수 없다.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지하게 “감독이라는 건 절대로 급하면 안 된데이. 내가 쓰고 싶다고 해서 막 쓰면 안 돼. 부상이 있는 투수를 급하게 썼다가 다시 부상이 생기면 더 오래 쉬어야 되거든”이라고 덧붙였다. 팀과 개인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말한 것이다.
상원고를 졸업하고 2007년에 입단한 좌완 백정현은 지난해 4월 왼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고 현재 2군에서 구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권혁 외에 확실한 왼손 불펜 투수가 없는 삼성의 약점을 메워줄 요긴한 카드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경남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입단한 사이드암 심창민은 류 감독이 “권오준의 대를 이을 투수”라는 평가 속 제2의 임창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4일 대구 한화전서 사상 처음으로 긴박한 상황에 출장해 ⅔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올 시즌 4경기서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를 펼칠 정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류 감독은 심창민을 두고 “이제 필승조”라고 못박았다. 권오준과 함께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서 오른손 강타자를 상대시키겠다는 뜻이다. 백정현을 두고서는 “1군에는 열흘 정도 후에 올릴 생각이다. 권혁과 역할 분담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원 포인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 결국 백정현도 1군에서 자리를 잘 잡을 경우 비중있는 불펜 투수가 될 전망이다. 믿음 속 변화를 찾는 삼성 불펜이다. 류 감독이 결코 무작정 선수들을 믿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필승조로 나설 심창민.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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