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미있어요. 안타깝기도 하고요.”
한화 박찬호(39)가 한국 무대에 진출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됐다. 2011년 일본에서 1년간 몸담았지만 16년간 미국에서만 야구를 해온 박찬호다. 때문에 올 시즌 ‘돌아온’ 이승엽이나 김태균보다 국내 무대가 아직은 낯설다. 박찬호에게는 한국 무대가 ‘복귀’가 아니라 ‘진출’이다. 기본적인 생활에서부터 야구 규칙까지, 똑같은 야구지만, 한국과 미국의 야구 문화는 엄연히 다르다. 6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박찬호가 바라보는 한국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박찬호도 좋고, 한화도 좋고… 즐거운 한국야구
박찬호는 “한국 무대에서 뛰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17년간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는 한국 선수들과 어울려 연습을 하고, 식사를 하고 즐기는 게 좋단다. 덕아웃을 오가면서도 후배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격려도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팀에 녹아 들었다. 경기 전 팬들의 끊임없는 사인공세에도 친절하게 응했다. 그러면서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1시간 10분 정도 전에 나와서 몸을 푸는 건 확실히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긴 준비라고 봐야 한다. 이런 모습을 한화 후배들이 고스란히 배우고 있다. 한화 관계자들은 “박찬호는 기량이나 생활 면에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미묘한 차이…한국 야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
그러나 안타까운 심정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5일 경기 도중 볼을 떨어뜨려서 보크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박찬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투수판을 밟고 있어도 사인을 주고 받는 동작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보크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곧 최규순 심판에 의해 박찬호가 잘못 알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투구 판을 밟으면 투구 동작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한다.
또 하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차이점도 언급했다. “미국과 한국이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준다. 그러나 한국은 높은 스트라이크를 잘 안 잡아준다. 그런 것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를 잘 잡아주기 때문에 타자들이 높은 코스는 버리고 낮게 떨어지는 공을 보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한국타자들이 떨어지는 변화구에 잘 솎지 않고 선구안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만의 보이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도 “한국은 선수들간의 예의와 배려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게 박찬호의 생각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투구를 했는데, 삼성의 어떤 선수가 자꾸 타석을 벗어나더라. 고의로 투구 리듬을 뺏으려는 것 같았다. 그런 건 투수에게 배려를 해서 빨리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혹시 타격 준비 시간이 긴 박한이가 거슬렸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건 전혀 못 느꼈다. 박한이는 아니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다. “국내 최고 야구장이라는 잠실에 제대로 된 원정 라커룸이 없어서 복도에 장비를 놓아둔다. 이런 것만 봐도 원정팀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예의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게 꼭 선수와 선수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어 “열악한 야구장에서 모든 팀 후배가 경기를 준비하고, 뛰는 걸 보면 안타깝다”고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후배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
박찬호는 국내 복귀파들에 대한 칭찬 및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승엽과 김태균 등 돌아온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내 기분도 좋다. 김병현도 앞으로 잘 할 것이다. 이들이 잘해야 한국야구가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에 진출해서 취재진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기 보다 그러한 맥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던져야죠”라고 웃었다.
또한 지금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를 두고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시즌 초반에 꼬이는 경기가 있어서 그렇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고 말했다. 이어 “타선에서 득점타가 많이 안 나왔는데 한 번 감 잡으면 잘 할 것이다. (최)진행이가 그동안 부진했었는데 앞으로 잘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타선도 무시 못할 것이다”고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박찬호는 지난 4월 12일 청주 두산전서 데뷔전과 동시에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이후 아직 승리 없이 2패만을 추가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고 조금씩 한국 야구 문화에 젖어 들고 있다. 그가 바라본 한국 야구는 그야말로 볼 때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첫 사랑과 같다.
[힘차게 볼을 던지는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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