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올해도 대박날 줄 알았는데…"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4번 타자 홍성흔은 시즌 개막 한 달간 타선의 중심을 잡으며 맹활약했다. 타율 .346 4홈런 23타점으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롯데는 일본으로 진출한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생애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던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 최형우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홈런왕, 타점왕에 타율에서도 2위에 올랐던 최형우는 22경기에 나서 홈런없이 타율 .179 7타점에 머무르고 있다. 4월 후반부터 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부활 조짐도 있었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11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다시 타율이 1할대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극과 극 성적. 하지만 홍성흔은 최형우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시범경기 때 보니 대단하더라. 그래서 올해도 대박이 날 줄 알았다"고 최형우에 대해 말문을 연 홍성흔은 "최형우를 보면서 역시 공이 둥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야구다"라고 말했다.
홍성흔이 최형우를 잘 이해하는 것은 본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2010년 26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생애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이듬해 30홈런도 노릴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2011시즌이 시작되자 전 시즌 연일 터졌던 홈런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결국 홍성흔은 개막 이후 한 달이 지난 2011년 5월 17일 문학 SK전에서야 시즌 마수걸이포를 때렸다. 36경기, 152타석만이었다.
홍성흔은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나올 때 안나오다 보니 더욱 조급해지더라. 겉으로는 '괜찮다, 괜찮다'해도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작년에 (홈런이 나오지 않아) 정말 창피했다. 홈런타자가 아닌 나도 그런데 (최)형우는 어떻겠느냐"고 후배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는 장타가 나오지 않을 때 자신만의 탈출 비법(?)도 소개했다. 홈런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공을 어떻게 해서든 맞춰서 나가자는 생각을 갖는다는 것. "역시 홈런은 힘이 아닌 타이밍으로 치는 것 같다. 배트에 공을 맞힌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자연스레 홈런도 나오더라"는 것이 홍성흔의 말이다.
최형우는 7일 현재 93타석에 들어섰다. 이는 지난해 홍성흔의 시즌 첫 홈런이 터진 152타석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대박이 날 줄 알았다"던 홍성흔의 말처럼 최형우는 이미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였다. 또한 올시즌을 앞두고 완성형 타자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힘은 두 말 할 필요 없다. 남은 것은 하나다. 최형우의 마수걸이포 비법은 홍성흔의 말 속에 있는 듯 하다.
[지난해 홈런왕이지만 아직 시즌 첫 홈런을 때리지 못한 최형우(왼쪽)와 지난해 비슷한 과정을 겪은 홍성흔.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