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동안 경기 전 훈련에 가장 먼저 나오는 삼성 선수가 이승엽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승엽이 매일 가장 먼저 나오는 건 아니다. 기자는 지난주 대구 6연전을 취재하면서 이승엽보다 경기장에 먼저 나온 선수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는 바로, 올 시즌 초반 지독한 부진 끝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배영섭이었다. 그는 지난주 내내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서 특타를 소화했다.
▲ 신인왕, 그 이후… 지독한 부진
배영섭은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삼성에 입단한 배영섭은 입단 3년만에 주전을 꿰찼고, 99경기서 타율 0.294 2홈런 24타점 51득점 33도루(3위)로 맹활약했다. 배영섭은 지난해에도 처음부터 붙박이 주전은 아니었다. 박한이, 이영욱의 부진과 강봉규의 부상으로 차츰 영역을 넓혀가더니 톱타자 자리에 슬그머니 올랐다.
하지만 본인도 부상의 덫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7월 21일 대구 SK전서 2루 도루를 하다가 왼손가락 인대가 파열됐고, 겨우 돌아온 뒤 9월 21일 대구 두산전서는 김승회의 투구에 손목을 맞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극적으로 포함돼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결승타를 쳐냈다. 결국 그에게 시즌 후 신인왕이 주어졌다. 삼성의 두터운 주전 스쿼드를 뚫고 올랐고, 부상도 이겨낸 감동적인 스토리에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배영섭은 부진하다. 4월 한달동안 타율 0.180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웠지만 좀처럼 그의 방망이는 날카롭지 못했고, 결국 4월 말 김상수에게 톱타자 자리를 내준 뒤 7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심지어 7번 타순에서도 부진하자 지난 3~4일 대구 두산전과 한화전에는 대타로 전락했다. 검객같이 끊어 치던 날카로움이 자취를 감췄다.
▲ 선발 제외 후 거짓말같이 살아난 타격감
그러나 주전에서 제외된 뒤 다시 선발 출장한 5~6일 대구 한화전서 연이어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5일 경기서는 3루 내야안타-우전안타-좌중간안타를, 6일 경기서는 우전안타-좌측 2루타-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좌-중-우의 방향이 고루 퍼진, 스프레이 히터다운 면모가 완전히 살아났다.
사실 배영섭은 우천 취소된 1일 대구 두산전서도 선발라인업에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최형우를 당시 두통으로 빠진 채태인의 자리인 지명타자로 돌렸다. 수비 강화 차원에서 배영섭을 다시 집어 넣었지만, 류중일 감독은 자극 요법을 줬다. 류 감독은 당시 “너무 잘 할라카이 그렇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잘하겠다는 마음이 타격감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어 류 감독은 “타자는 자기가 안 맞을 때 한번쯤 놓아버리는 것도 괜찮다”라면서 부진한 최형우를 지명타자로 놓는 것도, 수비를 하지 않고 덕아웃에 앉아서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최형우와 비슷한 처지인 부진한 배영섭에게도 해당 되는 조언이었다.
3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가장 먼저 나와 타격 훈련을 하고 잠시 쉬는 배영섭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그에게 “지난해와 올해 투수들이 견제하는 게 달라졌나요? 1번하고 7번은 좀 다르죠?”라고 묻자 “그런 건 없어요. 해볼 만 한 데 잘 안 되네요”라고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이어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쉬엄쉬엄 하세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안 됩니다. 연습이라도 많이 해야죠”라고 살짝 웃으며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배영섭이 실제로 2경기 선발에서 제외된 뒤 벤치에서 무엇을 느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와 김한수 타격코치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방망이를 돌린 것이 2경기 연속 3안타의 원인이 됐다고 봐도 될 듯 하다.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실질적인 주전 2년차)를 피하기 위한 배영섭의 노력이 대단하다. 여전히 타율 0.230 5타점 12득점 9도루를 기록중인 그가 타격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인지는, 이번주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부활을 노리는 배영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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