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 순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현재 리그 순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강조했다. 롯데는 8일 부산 삼성전서 석패하며 13승 1무 9패로 SK에 이어 승차 없이 2위에 올라있다. 불과 하루 전만해도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 8일 패배로 9일 현재 12승 1무 9패의 3위 두산에도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선두 SK와 최하위 한화의 승차는 이제 겨우 5경기다.
양 감독이 이같은 말을 하는 건 이유가 있다. 8일 부산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전력이 좋은 팀들이 너무 밑에 내려가 있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SK와 두산이 가장 상대하기가 껄끄럽다. 우리 타자들이 SK 박희수와 정우람의 볼을 너무 못 때린다. 그리고 두산은 빠른 야수들이 많고 재능이 뛰어나다. 원래 강팀 아닌가”라고 SK와 두산을 치켜세웠다. 이어 “역시 하위권에서는 삼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삼성이 약해도 삼성은 삼성이다. 아무도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 작년 우승 전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 올라와도 올라올 것이다”고 낙관론을 폈다.
양 감독에 따르면 하위권의 삼성이 곧 치고 올라올 경우 전체적인 순위 판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는 “KIA도 투수만 정비되면 무조건 올라온다. 1위를 하고 있어도 1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불안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금 순위가 의미가 없다는 말은 곧 결국 순위 싸움의 잠룡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양 감독은 지금의 혼전 판도가 결국 6~7월까지 이어진 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순위가 서서히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인지 양 감독은 “단순히 눈 앞의 1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시즌 중, 후반에 힘이 떨어지지 않게 선수단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양 감독은 “지금 1승에 집착해서 불펜 투수들을 막 끌어다 쓸 경우 시즌 후반에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선발 투수들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길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8일 패전투수가 됐지만. 7⅓이닝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호투를 선보인 에이스 송승준의 부활 가능성 타진은 의미가 컸다. 또한 5경기서 평균자책점 5.33으로 부진한 라이언 사도스키도 9일 경기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쉐인 유먼과 고원준이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송승준과 사도스키의 부활 여부에 따라 롯데의 향후 행보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곧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이재곤도 마찬가지다.
이승호가 본격 합류하는 불펜진에서는 17경기서 평균자책점 2.00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명우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아무리 이명우의 투구 이닝이 9이닝이라고 해도 17경기에 나왔다는 건 그만큼 몸을 많이 풀고 휴식을 반복하며 체력을 소진했다는 뜻이다. 양 감독이 이승호를 “어차피 쓸 것이라면 1군에서 두고 보겠다”고 말한 건 결국 장기적인 차원에서 불펜 체력 안배를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타선은 걱정이 없는 듯하다. “작년에는 다 같이 잘 치다가 집단 슬럼프가 올 때가 있었는데 올 시즌에는 4명이 주춤하면 나머지 4명이 잘 치고, 잘 치던 4명이 주춤하면 주춤하던 4명이 잘 친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이렇듯 롯데는 현재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양 감독은 시즌을 길게 내다보며 변수에 대비 중이다. “지금 순위는 의미없다”는 양 감독의 신중함과 체계적인 준비에 사뭇 관심이 쏠린다.
[현재 순위에 의미가 없다고 밝힌 양승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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