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승엽이가 나 몰라주면 어떡하나 싶었지.”
롯데 양승호 감독은 삼성 이승엽과 학연, 지연 등에 얽힌 게 없다. 양 감독이 두산 코치 시절에도 이승엽은 그냥 삼성 선수일 뿐이었다. 어쩌다 경기장에서 볼 때 인사를 몇 번 받은 게 이승엽과의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그러나 양 감독은 9일 부산 삼성전을 앞두고 이승엽 앞에서 크게 면을 세운 사연을 공개했다.
때는 각 프로구단의 2009년 스프링캠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 감독은 당시 고려대 감독이었다. “요미우리 2군에서 연락이 왔더라고”라는 양 감독은 현재 SK에 있는 임치영과 문승원, 두산에 있는 윤명준을 데리고 있었다. 요미우리 2군이 이들의 재능을 높게 사 고려대에 전격 연습 경기를 제안한 것이다. 고려대로썬, 일본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가 경기를 하자고 하는 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국 고려대는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지인 미야자키로 향했고, 요미우리 2군과 연습 경기를 가졌다. 그리고 예상 외로 선전하며 1-2로 패배했다. 이에 놀라움을 표시한 요미우리가 연습 경기를 한 차례 더 제안했다고 한다. 그 경기를 준비하던 와중에 양 감독은 문득 “맞다. 요미우리 1군에 이승엽이 있었지.”
양 감독은 이승엽과 특별한 관계가 아니지만, 타국에서 만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국 선수인 이승엽을 보기 위해 요미우리 2군 훈련장 바로 옆에 있는 1군 훈련장에 가서 당당하게 이승엽을 보고 싶다고 했고, 결국 덕아웃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당연히 이승엽이 2004년 1군에 진출한 뒤 둘은 만날 일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따. 과연 이승엽의 반응은 어땠을까.
“승엽이가 과연 나를 알아볼까?”라는 양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별로 친분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2004년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만난 사이지만, 이승엽은 양 감독에게 깍듯한 대접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승엽 덕분에 요미우리 1군 훈련과 연습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양 감독은 “승엽이가 당시 요미우리에서 한창 고생할 때인데 이래서 스타구나”라며 마음 씀씀이가 넓은 이승엽에게 감동을 했다고 전했다.
슈퍼스타답지 않게 예의 바르고 깍듯한 이승엽의 인간 됨됨이에 결국 양 감독이 일본에서 면을 세웠다.
[이승엽에게 감동한 양승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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