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선발 투수가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에 참가한다면, 한 시즌 약 30차례 정도 선발 등판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30차례 등판 가운데 실제 최상의 컨디션과 최상의 주변 환경 갖춰지면서 선발 등판하는 횟수는 어느 정도일까. 아마 많아야 5차례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투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0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시즌 5차전. 이날 양팀 선발 투수도 5차례의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25차례에 해당하는 최상의 컨디션과 최상의 주변 환경이 아닌 가운데 마운드에 올랐다. 쉐인 유먼은 경기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브라이언 고든은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둘 다 승리와 패배를 기록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 초반 난조 극복하고 제 페이스 찾은 유먼
중요한 건,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그게 바로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유먼은 4월 4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했지만, 5월 첫 경기인 4일 인천 SK전서 7이닝 7피안타 10탈삼진 4실점으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4월 한달간 극강의 컨디션을 과시한 것에 비하면 부족한 성적이었다. 이날도 직구최고구속은 146km을 찍었지만, 경기 초반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제구가 오락가락했고, 그 팀을 타 김상수에게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유먼은 결과적으로 6회까지 끌고 가며 2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유먼은 팔을 최대한 숨겼다가 릴리스 포인트에 내놓기 때문에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는 게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경기 초반 유먼의 제구력은 분명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유먼의 투구에 삼성 타자들은 연이어 커트를 해냈다. 설령 치기 어려운 코스로 들어가더라도 일단 커트를 하면서 투구수를 늘렸다. 아마 컨디션이 좋았고 구속과 볼끝이 더 좋았다면 삼진이나 범타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유먼은 굴하지 않았다. 1회초 김상수에게 선두타자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이승엽과 박석민을 범타처리했고, 2회에는 1사 1,2루 위기에서 손주인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4회에도 2사 2,3루 위기를 맞았지만, 진갑용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고 5회 2사 3루 위기에서도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와 5회 직구최고구속 146km를 기록하며 경기를 거듭하면서 구위가 올라왔다는 것을 과시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각각 14개와 11개 던지면서 129km와 132km를 기록했다. 구속 차와 낙차로 점점 삼성 타선을 압도해 나갔다. 6회초 박석민에게 불의의 솔로포를 맞았지만, 안타를 단 6개만 허용했고 삼진도 5개를 솎아냈다. 이날 기록은 6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볼넷 2실점이었다.
▲ 고든, “마”에 굴하지 않고 자신있게 견제구를 뿌렸다
부산은 투수들이 견제구를 던지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곳이다. 롯데 극성팬들의 “마”소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대부분 “마”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일부 멘탈이 약한 투수의 경우 정신적으로 흔들리기도 한다. 때문에 견제구를 던질 타이밍에서도 지레 겁을 먹고 견제구를 던지지 못해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고든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는 걸 넘어서서 다른 투수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견제구를 건지며 롯데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주자가 나갔을 때마다 견제를 던지는 통에 타자들의 타격이 급해졌다. 실제 4회말 1사에서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곧바로 견제로 잡아내는 실적을 올렸다. 6회에도 김주찬을 도루자 처리했다.
구위도 좋았다. 4회에 직구 최고구속 148km을 찍었다. 나머지 이닝에서도 꾸준히 144~145km을 찍었다. 주로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는데, 여기에 각도가 큰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고루 섞었다. 특히 휘어나가는 방향이 반대인 커브와 슬라이더를 각각 11개씩 던지면서 롯데 타자들의 성급한 타격을 역이용했다. 구속도 슬라이더는 131km, 커브는 고작 116km가 최고 구속이었다. 직구와 어머어마한 차이였다. 최근 단체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롯데 타자들은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났다. 6⅓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7회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홍성흔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으나 박종윤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고 권오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권오준이 강민호에게 2루타를 허용해 고든의 실점이 2점으로 불어나면서 승리도 날아갔지만, 이후 1사 만루 위기를 넘기면서 패전도 면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유먼과 고든 모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투구를 선보였다.
[유먼(위)과 고든(아래). 사진 = 롯데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