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라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한줄 문구로 시작되는 공귀현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인 'U.F.O'는 우연히 UFO를 목격한 고등학생 4명이 UFO괴담지역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2박3일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공귀현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 제작을 도맡아 완성한 'U.F.O'는 지난 해 제 24회 도쿄국제영화제와 제 1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 5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2011과천국제SF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는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하여 화제를 모았다.
어느 날 밤, 고등학생 순규(이주승), 광남(정영기), 기쁨(김창환), 진우(박상혁)는 학교에서 우연히 UFO를 목격하게 된다. 똑똑한 모범생인 순규와 어렸을 적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험이 있다는 허풍쟁이 광남, 모든 것은 주님의 계시라고 믿는 성령충만한 기쁨과 그들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까칠한 반항아인 진우는 성적도, 성격도 각각 다르지만 네 소년은 UFO 하나로 의기투합하여 UFO 괴담지역인 경기도 인근의 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마을 어귀에서 외계인 같은 건 없으니 돌아가라며 일갈하는 여고생을 만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산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사흘간의 기다림에도 그들이 본 것은 외계인으로 짐작되는 흰 물체뿐이다. 더구나 순규는 마지막 날 밤, 과음으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고 다음날 혼자 산에서 일어난다.
영문도 모른 채 산을 내려온 순규는 경찰에 불려가고, 먼저 경찰조사를 받고 있던 세 친구는 UFO를 탔다고 주장하며 순규는 전혀 알 수 없는 증언들을 털어 놓는다. 더욱이 그들이 경찰조사를 받는 이유는 바로 그들에게 외계인 따윈 없다던 그 여고생의 실종사건 때문이다. 친구들은 그 여고생이 UFO에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술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순규는 자신이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가슴에 외계인이 남기고 간 암호표적까지 선명히 새겨진 세 친구들은 과연 외계인을 만났을까? 그리고 그 소녀는 정말 외계인들에게 납치된 것일까? 그날 순규와 세 친구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UFO와 함께 사라진 기억을 찾기 위해 순규는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형 영규(김태윤)를 설득하여 함께 자신이 잠들었던 장소인 그 산에서 UFO와 함께 사라진 기억을 찾기 시작한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해야한다”라는 오프닝의 문구로 연출의도를 부각시킨 공귀현 감독은 미확인 비행물체를 뜻하는 UFO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쫓는 소년들의 호기심과 이를 증명하며 맞닥뜨리는 예기치 못한 혼돈의 과정 속에서 어른들의 세계에 편입되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가진 신념을 타인에게 강요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UFO와 소녀의 실종이라는 SF와 미스터리를 혼합시켜 각인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흡인력이 뛰어나다. 그런 만큼 예측불허로 전개 되는 마지막 반전은 일상의 일탈에서 시작된 극한의 상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예기치 않게 끝나는 소년들의 여행을 그린 롭 라이너 감독의 1986년도 작품 '스탠 바이 미'를 연상시킨다. 물론 저예산인 만큼 조악한 SF영화로 지레 짐작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성장드라마로 3명의 청소년들이 소통의 부재로 방황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과 미스터리와 환타지를 혼합시켜 학원폭력 문제를 드러낸 양정호 감독의 '밀월도 가는 길'과 궤를 같이 한다. 뛰어난 성장드라마로 인정받은 '파수꾼'과 '밀월도 가는 길'처럼 이 영화 역시 통과의례인 긍정적인 성장의 아픔보다 부정적인 면으로서의 성장의 아픔을 부각시킨다.
그래서 가벼운 미스터리와 신비로운 SF적 상상력으로 극적 재미를 주던 이 영화의 전개는 시공간을 넘는 순규의 회상을 통해 묵직한 주제를 드러내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그런 만큼 순규의 일관적인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뚜렷한 시점 없이 성급히(?) 마무리되는 결말이 안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반전의 묘미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특히 무서운 진실이 밝혀지고 은폐되는 마지막 장면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익히 알고 있지만 그 현실성만으로도 충격을 준다.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영화 'U.F.O' 스틸컷. 사진 = (주)인디스토리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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