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여배우 풍년이었던 봄이었다. 한때 충무로는 여배우 기근이라는 말도 나돌았지만, 올해 상반기는 유독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특히 서른 초반의 젊은 여배우들이 '성장과 재발견'이라는 화두로 묶이면서, 향후 더욱 풍성한 영화계를 전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더했다.
그러나 여배우들의 반가운 활약상에도 불구, 여배우들 스스로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공효진, 김민희, 김효진, 박시연, 배두나, 임수정 등, 올해 스크린에서 활약한 여배우들에게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나"라는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더니 절반인 3명의 여배우가 "여자 이야기에 출연하고 싶다"는 공통적인 답을 했다.
공효진은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멋지게 잘 사는 여자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박시연은 "'마이 블랙미니드레스'처럼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효진도 "여배우들도 더 열려있어야 하고 도전도 많이 해야한다고 보는데 영화의 경향이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친 것 같아 아쉽다. 여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늘 있다"고 답했다.
이들 외에 다른 여배우들은 기존의 자신의 이미지와 다른 변신에 목말라 있었다. 한가인은 "남장여자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으며, 김민희는 "보이시한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제는 여성성이 강한 역할을 만나 지극히 여자같은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가 욕심난다"고 전했다. 또 임수정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더욱 강렬한 캐릭터로 확장해가고 싶고, 장르도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만큼 우리 영화에는 여자의 이야기를 조망하는 작품들의 수가 턱없이 적고, 여배우들의 변신을 시도하는 용감한 작품들도 그리 많지 않다. 선택받는 배우의 입장에서 변신에 대한 갈망이 있다한들, 새로운 이미지를 발굴하기보다 기존의 이미지에 기대는 역할들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외국의 경우, 메릴 스트립이 영국의 최초의 여성총리 마가렛 대처를 연기한 '철의 여인'과 미쉘 윌리엄스가 마릴린 먼로의 일생을 조망한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여성들을 여배우를 통해 스크린에 끌어냈다.
왕비와 백설공주의 대결 구도를 서로 다른 시각에서 조명한 '백설공주'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등 유명한 고전 동화의 스크린 재현도 여배우를 통해 이뤄냈다. 이들 작품에서 여배우들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 축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반면 국내 작품은 여전히 여배우의 역할이 투톱의 한 축으로 한정돼있으며 보조적인 역할에 그칠 때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
여배우들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영화계에서 그들이 진가를 발휘하고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만한 작품도 활발히 논의되기를 희망해본다.
[영화 '코리아'의 배두나-'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돈의 맛'김효진-'러브픽션' 공효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더타워픽쳐스·영화사 집·시너지·NEW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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