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6경기 선발 등판해 2승. 나쁜 기록은 아니다. 한 시즌을 꾸준히 선발로 던진다면 10승에 근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윤석민(26)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이 시즌 2승째를 1피안타 완봉승으로 따냈다. 윤석민은 1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안타와 몸에 맞는 볼 하나씩만 내주며 점수는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이날 완봉으로 윤석민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61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정도 성적을 올리고 있는 투수가 6경기에서 2승밖에 건지지 못했다는 것은 지독한 불운 때문이다. 이번 시즌 윤석민은 9이닝을 홀로 책임진 경기에서만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나머지 경기에서 올린 승리는 단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윤석민이 부진했던 건 아니다. 8이닝 무자책으로 상대 타선을 막고도 승리를 올리지 못한 경기가 두 번이나 있다. 바꿔 말하면 타선이 1점만 뽑아 줬더라도 4승으로 다승 공동선두가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윤석민의 불운은 올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3.78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올리고도 7번 이기고 18차례 패했다. 18패는 당시 시즌 최다 패였다.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것은 단 2번이다. 그 두 번의 두 자릿수 승수도 평균자책점 랭킹 1위에 오른 시즌(2008, 2011)에만 누릴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것이었다.
6경기 42이닝 평균자책점 2.14인 류현진이 불운의 아이콘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윤석민도 류현진 못지 않다. 심하다면 더 심하다. 평균자책점이 류현진보다 낮고, 1자책 이하 경기가 4차례나 포함돼 있다.
윤석민의 2승은 단순히 긴 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을 최소화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최소화된 상태, 주변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더 강해지고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며 얻어낸 승리다. 타선이 점수를 쉽게 벌어주지 않음으로 인해 스스로 초조해져 자신의 투구 리듬마저 꼬일 수 있는 악조건을 이겨낸 호투다.
에이스는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황과 환경에 관계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내는 투수를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민은 에이스다. 2승이라는 표면적 승수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준 11일 경기였다.
[비운의 에이스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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