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롯데는 10일 부산 삼성전 무승부 속 4회 간판 타자 홍성흔의 주루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11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홍성흔은 팬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물론 마무리는 홍성흔 답게 유쾌했다.
▲ 진실은 히트 앤 런
당시 홍성흔은 4회 1사에서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했다. 그러나 후속 박종윤 타석 때 주루사를 당했다.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데 아쉽더라. 솔직히 팬들에게 욕 먹을 걱정도 했다”고 입을 연 홍성흔은 “고참으로서 플레이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하는데 1루에서 만난 (이)승엽이가 너무 반가워서 집중을 하지 못했다. 반성한다.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시 홍성흔은 리드 폭을 넓게 가져갔다. 삼성 노련한 포수 진갑용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윽고 양승호 감독이 2B 1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히드 앤드 런 사인을 걸었고, 홍성흔은 순간적으로 멈칫 하다가 스타트 타이밍을 반박자 놓친 채 2루로 향했다. 그러나 이게 진갑용에게 딱 걸렸다. 진갑용은 곧바로 볼을 받아 1루로 송구했고, 홍성흔은 런다운에 걸려 주루사했다. 사인이 걸렸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스타트하지 못했지만 진갑용이 순간적으로 롯데 벤치의 의도를 간파한 게 결정적이었다.
▲ 쟁점은 절친들의 수다
그런데 당시 상황은 주루사보다 홍성흔이 이승엽의 엉덩이를 쓰다듬는 장면이 더 화제였다. 실제 당시 경기를 중계한 SBS ESPN의 화면에 크게 클로즈업 될 정도였다. 문제는 홍성흔이 이승엽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얘기를 하느라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성흔 나름대로 유쾌한 변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나도 10타수만에 처음으로 1루를 밟은 것이었다. 그리고 승엽이도 지명타자만 하다가 오랜만에 1루에 나왔다. 1루에서 보는 데 승엽이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홍성흔은 지난 10년간 대표팀에서 꾸준히 이승엽과 함께 발탁되며 남다른 친분을 쌓아왔다. 또한 이승엽이 요미우리 시절 클라이막스 시리즈 티켓을 구해 홍성흔에게 직접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등 두 선수는 대한해협을 넘어 남다른 우애를 과시했었다.
홍성흔이 좋아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올 시즌 9년만에 국내에 돌아왔다. 홍성흔도 홍성흔이지만, 이승엽도 그런 홍성흔이 너무 반가웠단다. “승엽이가 먼저 '뛰어라 뛰어라. 내 보기 싫어가 인제 1루에 나왔나'”라는 등 글러브로 입을 가린 채 끊임없이 농담을 걸었다는 게 홍성흔의 설명이다. 이에 재치와 유머라면 빠지지 않는 홍성흔도 “나 뛴다, 뛴다”는 등 장난을 치면서 친분을 과시한 게 결국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이유가 됐다고 한다.
사실 1루에서 1루수와 주자의 대화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다만 최근에는 예전보다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경우 1루에서 대화를 할 경우 적과의 친교 행위로 인정돼 페널티를 받는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출장해 1루에서 만날 일도 없고, 더구나 9년만의 상봉이었으니 둘은 잠시 경기는 잊고 옛 추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친한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면 스킨십을 하듯 홍성흔도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이승엽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그게 방송사 화면에 잡혔다.
홍성흔은 “승엽이한테 다시는 장난치지 말라고 전화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보, 나 하나로 만족 못해?”라는 아내 김정임 씨의 농담을 전한 뒤 “마누라 것 아니면 안 만지겠다(?)”라고 선언해 기자들을 폭소케 했다. 잘못에 대한 반성을 확실하게 한 뒤 유쾌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이 역시 홍성흔다웠다. 실수도 실수였지만, 그보다 1루에서 주자와 1루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알게 된 유쾌한 해프닝이었다.
[동료 이승엽이 너무 반가웠다는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