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귀화논란에 대해 언급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정답 없는 논쟁일 뿐이다. 마치 MBC의 100분 토론처럼 말이다. 최강희 감독(53)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가능한 한도 내에서 라돈치치(몬테네그로)와 에닝요(브라질)의 대표팀 발탁을 고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 최강희 감독에게 중요한건 미래가 아닌 현재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표팀의 최종 수비와 중원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격 쪽에선 해외파들이 경기를 나가지 못하면서 자원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귀화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대표팀에 라돈치치와 에닝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축구적인 관점에서 두 선수의 합류는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라돈치치는 이동국(전북)의 멋진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비록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상 내년에나 대표팀에서 뛸 수 있지만, 최종예선은 2013년에도 4경기가 치러진다. 에닝요는 더 매력적이다. 이청용(볼튼)의 대체자가 될 수 있고, 이근호(울산)와 함께 뛸 수도 있다. 프리킥은 보너스다.
지난 해 12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지금까지 두 번의 경기를 치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이 첫 번째고,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이 두 번째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안정과 경험을 택했다. 특히 최전방에선 박주영(아스날)을 제외하고, 전부 국내파를 투입했다. 이동국이 원톱에 섰고 한상운(성남)과 이근호가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최강희 감독에겐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박지성(맨유)은 은퇴했고, 이청용은 재활 중이었다. 또한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손흥민(함부르크)을 부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최강희 감독이 이들을 정확히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라돈치치, 에닝요에게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다가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최강희 감독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31일로 예정된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선 유럽파들이 주축을 이루겠지만 최종예선에선 검증된 국내파가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술적인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 시절 사용한 4-2-3-1과 4-1-4-1 포메이션이 대표팀의 메인 시스템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을 맡은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선수와, 전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김보경(세레소)과 손흥민이 아닌 에닝요가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에닝요는 지난 두 차례 경기에서 부족했던 측면 자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좌우 측면과 중앙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이청용이 돌아온 뒤에도 공존이 가능하다.
물론 라돈치치와 에닝요는 현재 대표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수는 아니다. 최강희 감독도 “축구에서 절대적인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두 선수가 합류할 경우 대표팀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직 축구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최강희 감독은 현 시점에서 최강의 대표팀을 꾸려야 한다. 그는 “매일 공상만 하고 있다. 이 선수를 넣었다가 뺐다. 다른 선수를 넣었다가 뺐다한다. 그러다 누군가 부상을 당하면 다시 공상에 빠져야 한다”며 대표팀 구성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의 머릿속에 라돈치치와 에닝요가 들어온 것도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수많은 고민이 충돌한 결과일 것이다.
모두가 라돈치치와 에닝요의 특별귀화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기까진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다가올 스페인전과 6월에 치를 두 차례 최종예선을 통해 두 선수의 필요성에 대해 또 다시 논쟁을 벌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축구에선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에닝요. 사진 = 전북현대 모터스 제공/ 라돈치치, 에닝요가 합류했을 경우 예상 포메이션.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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