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의 지배자가 사라졌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투타를 불문하고 류현진(한화), 이대호(오릭스). 윤석민(KIA) 최형우(삼성) 등 특정 선수가 개인 기록을 몇 부문씩 휩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얘기가 다르다. 마운드에서는 류현진과 윤석민, 일부 외국인투수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지만, 타격 부문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최고 타자를 논할 때 후보는 여럿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리그를 지배하는 건 아니다.
김태균과 이승엽은 올 시즌 나란히 국내로 돌아와 명불허전의 타격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둘은 주전공인 홈런 대신 타율과 최대 안타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김태균은 15일 현재 타율 0.455에 46개의 안타로 두 부문 압도적인 선두다. 이승엽도 타율 0.362에 38개의 안타로 모두 2위에 올라있다. 둘 다 세밀한 일본야구를 경험하고 난 뒤 타격의 정확성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반면 이들은 홈런은 4개와 5개로 선두 강정호(넥센·10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홈런과 타점도 현재까지는 안개 속에 가려있다. 홈런 부문은 선두 강정호에 이어 최정(SK)이 9개로 2위에 올라있고, 정성훈(LG)이 8개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홈런왕에 올라보지 못했다. 홈런타자라기보다 중거리타자에 가깝기에 시즌 개막 후 1달이 넘도록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건 놀라운 반전이다. 타점 부문에서도 강정호는 팀 동료 박병호와 함께 24개로 2위에 올라있다. 이 부문 선두는 26개의 홍성흔(롯데)이다. 홍성흔은 홈런이 4개임에도 놀라울 정도의 타점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루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이대형(LG)이 주도권을 잡았으나 올 시즌에는 10개의 도루로 확실히 예년에 비해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도루왕 오재원(두산)도 부상 여파로 쌕쌕이 본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빠른 발에 일가견이 있는 이용규(KIA)가 12개로 선두에 올라있고 그 뒤를 전준우(롯데)가 11개, 김상수(삼성)와 박용택(LG)이 이대형과 함께 10개로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득점 부문도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과 발 빠른 선수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현재 득점 1위는 박용택이고 23개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2위가 21개의 강정호, 3위가 20개의 김주찬(롯데)일 정도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이 밖에 2루타도 박병호가 13개로 선두이지만, 이진영(LG)과 강동우가 10개로 공동 2위이고, 발 빠른 김선빈(KIA)과 정확성을 겸비한 장성호(한화)와 이택근(넥센)도 9개로 3위에 올라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요 부문에서 특정 선수가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갖췄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올 시즌 다수의 수준급 외국인투수 영입으로 투수의 수준도 만만치는 않다. 그럴수록 시즌 중반 이후 개인타이틀을 향한 8개 구단 타자들의 행보도 바빠질 전망이다. 과연 춘추전국시대를 깨고 타격의 지배자가 되는 선수가 나올 것인가.
[타율, 최다안타 1,2위를 다투는 이승엽과 김태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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