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4번 타자 자리는 이만수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이제는 다르다. 개막 이후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4번 타자는 이 감독의 고민거리가 아닌 믿는 구석이 돼 있다.
이호준 덕분이다. 지난 몇 년간 기대에 못미치며 절치부심했던 그는 타선의 중심을 맡아 제 역할을 100% 이상 해내고 있다. 비록 15일 경기에서 팀은 4-6으로 패했지만 이호준은 동점타를 비롯,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호준의 2012년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으며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고생했다. 타순 역시 현재와 달리 6~8번 타자로 출장했다.
그렇다면 이호준은 어떻게 '확'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안에는 선수와 스태프의 노력이 숨어 있다. 4월 중순 한승진 SK 2군 매니저는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고심하던 그에게 '잘 나가던 이호준'의 안타, 홈런이 모아져 있는 영상을 건넸다.
이 영상은 이호준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지만 보고 또 봐도 예전과 현재 타격폼의 다른 점을 크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이호준은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LG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숙소에 머물고 있던 그는 룸메이트 최윤석을 비롯해 조인성, 임경완과 함께 치킨을 먹던 도중 예전과 현재 타격폼의 다른 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베테랑인 조인성, 임경완과 달리 1987년생 최윤석에게는 '무조건 찾아내라'는 숙제를 내줬다.
결국 이 '숙제' 하나가 현재 이호준을 변신시켰다. 최윤석은 영상과 달리 현재 이호준의 타격폼은 준비가 한 박자 늦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를 알려줬다. 미세한 타이밍 차이였지만 발견한 것. 이후 이호준은 '타격 발사' 동작을 조금 앞 당겼고 연습 타격 때도 이를 주의하며 연습을 이어갔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개막 이후 4월 20일까지 타율 .125(16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이 없었던 그였지만 그 이후 15일까지는 타율 .392(51타수 20안타) 4홈런 12타점으로 180도 바뀐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자연스레 타순도 4번 타자로 옮겨졌다. 이호준의 족집게 강사는 주로 9번 타자로 나서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는 최윤석이었던 것이다.
이호준은 최윤석에게 보답을 했느냐는 물음에 "후배가 선배를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는 않았다. '4번 타자' 이호준을 만든 '9번 타자' 최윤석이다.
[SK 이호준(왼쪽)과 최윤석.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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