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기자]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제작 휠므빠말, 배급 시너지 롯데엔터테인먼트)이 베일을 벗었다.
'돈의 맛'은 돈의 맛에 중독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이 "임상수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불평들, 불친절하고, 잘난척하며, 암시적이고, 냉소적이고… 기타 등등 죄송하다. 인정한다. 이번엔 그 모든 불평을 날려 보내는 재미난, 진짜 재미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 것처럼 웃음 또한 가미됐다.
그렇다고 유쾌한 웃음은 아니다. 연예인 성 상납, 청부살인, 돈세탁과 재벌들의 재산상속 과정들이 여과 없이 그려진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을 거침없이 까발리는 블랙 코미디다.
임상수 감독이 "한국에서 재벌을 씹는 게 트렌드인 것처럼, 말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얘기한다. 전 그런 트렌드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며 "집 안에 들어가면 거기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사는 것이고, 인생의 여러 가지가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영화를 본 후 한국사회를 뒤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윤회장(백윤식)이 성상납 때문에 자살한 연예인을 언급하며 자신도 그 자리에 꼈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故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임상수 감독 역시 "한국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제 식으로 소화해야 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정직하게 진지하게 그 문제를 언급해봤다"고 해당 사건을 영화 속에 녹여냈음을 밝혔다.
로버트(달시 파켓)와 윤회장의 아들 윤철(온주완)이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TV 속 쌍용차 노조의 시위 현장 역시 한국 사회를 꼬집는 신이다.
윤철이 "아파트 한 채씩 주고 중산층 놀이를 하게 해줬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로버트와 함께 시위대를 비웃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또 영화 속 "한국에서는 다들 이해해줘 걱정마 결국엔 해결돼"라는 대사는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며 자본주의 사회에 냉소를 날린다.
'돈의 맛'에서 그나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나미(김효진)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에서 '상대방을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해주면, 어떤 상대방을 올려주는 것 같지만 실은 내가 더 올라가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소녀를 '돈의 맛'의 나미로 등장시켰다.
'하녀'는 영화 곳곳에서 존재감을 발산한다. 임상수 감독 스스로 '돈의 맛'이 "'하녀'의 정신적 후속작"이라 밝힌 것처럼 불타 죽은 하녀이야기를 하는 나미, 윤회장 가족들의 영화 관람신 등에서 '하녀'가 등장한다.
이 외에도 주영작(김강우)이 숨이 막혀 괴로워하는 신에 임상수 감독의 '하녀' 원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가 깜짝 등장하는 등 또 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하녀' 포스터(위)와 스틸컷. 사진 = 시너지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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