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인천 문학구장에는 SK 박재홍의 홈런과 도루가 카운트되고 있다. 그만큼 기록 자체를 기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재홍은 18일 대전 한화전서 3회초 김혁민에게 솔로 홈런을 쳐냈다. 시즌 3호 홈런이자 자신의 개인통산 298홈런이다. 이로써 박재홍은 19일 현재 개인통산 298홈런 267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 300-300, 얼마나 어려운가
야구 선수가 홈런과 도루를 동시에 잘하는 건 무척 어렵다. 홈런은 파워가 좋아야 하고, 도루는 스피드와 센스가 중요하다. 보통 파워가 좋은 선수가 출중한 스피드를 갖추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반대로 주루 센스가 뛰어난 선수가 많은 홈런을 기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박재홍은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후 단일 시즌 30홈런, 30도루를 세 차례나 기록했고, 20-20도 한 차례 기록할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호타준족이다.
그런 박재홍이 대망의 300홈런 300도루에 도전한다. 32번째 시즌인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300-300은 고사하고 박재홍을 제외하고 200-200도 기록한 선수가 없다. 그나마 은퇴한 이종범이 510도루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194개에 그쳐 아쉽게 200-200에 실패했다. 이종범을 제외하고는 200-200에도 제대로 명함을 내민 선수가 없지만, 박재홍은 200-200을 넘어서 300-300을 바라보고 있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300-300을 달성한 선수는 바비 본즈(332-461), 안드레 도슨(438-314), 윌리 메이스(660-338), 배리본즈(716-514), 레지 샌더스(305-304), 스티브 핀리(304-320), 알렉스 로드리게스(634-309) 등 7명에 불과하다.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설들이다. 8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장훈(504-319), 아키야마 고지(437-303) 등 2명뿐이다. 수 많은 선수가 있고 수준도 높은 미국과 일본에서조차 결코 쉽게 나오는 기록이 아니다.
▲ 그래도 도전한다
박재홍은 1973년생이다. 한국나이로 불혹, 마흔이다. 이미 파워와 스피드는 전성기를 넘긴지 오래다. 박재홍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김성근 전임 감독 재임 시절에는 사실상 주전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300-300은 파워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야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최근 5년간 박재홍은 평균 11.4홈런 7도루에 그쳤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1홈런 4도루에 그쳤다. 어쨌든 300개에서 2개 남긴 홈런은 올 시즌에 돌파한다고 본다면, 결국 관건은 도루다.
그러나 박재홍은 나이를 먹을수록 파워보다 스피드의 하락이 더욱 눈에 띈다. 전성기 시절에는 틈만 나면 도루를 시도했지만, 이제는 체력적인 문제로 어지간해선 도루를 시도하지 못한다. 무리한 도루로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40대 선수에겐 치명타다. 33개 남긴 도루. 정황상 올해나 내년에 바짝 힘을 내지 못한다면, 은퇴 전까지 300개를 채운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박재홍도 어느덧 한 경기 한 경기 일희일비에 따라 현역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이 결정되는 시기에 와 있다. 부진이 오래갈 경우, 더 이상 현역 연장 보장은 없다. SK 두터운 외야진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올 시즌 박재홍의 페이스가 최근 몇 년간 비교할 수조차 없이 좋다. 벌써 17경기에 출장하면서 이만수 감독 체제 출범 후 오히려 팀내 입지가 넓어졌다. 타율도 0.340이고 3홈런에 10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이렇듯 홈런이든 도루든 방망이부터 잘 치고 볼 일이다. 박재홍의 아름다운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 300-300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그의 도전 자체가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300-300에 도전하는 박재홍.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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