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오, 유느님"
LG 한 선수가 유원상을 보자 자연스레 건넨 말이다. 유원상은 요즘 봉중근과 '더블 마무리'로 활약하며 LG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느님'이란 별명이 억지스럽지 않을 정도로 유원상의 활약은 눈부시다. 20경기에 등판해 27이닝을 던지며 자책점은 단 3점에 불과해 그의 평균자책점은 1.00이다. 홀드 7개와 세이브 2개를 챙기며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 3-1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한 유원상은 자신의 수비 실수로 아웃카운트를 챙기지 못하고 1점을 내줘 1점차로 쫓겼지만 2사 2루 위기에서 2루주자를 견제사로 아웃시키며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지금 LG의 고참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원상의 기를 살리고 있다. 봉중근은 18일 경기 후 '원상아 수고했다. 고맙다'라고 SNS 메세지를 건넸고 유원상은 '고마워요. 내일(19일) 형 세이브요'라고 화답했다.
당시 경기에서 이진영은 이원석이 잘 밀어친 타구를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유원상에게 힘을 실었다. 수비 위치를 옮긴 것이 평범한 플라이 타구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이진영은 외야 수비를 보면서도 유원상에게 "야, 팔 스윙 늦어졌잖아"라고 소리치며 유원상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유원상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진행하자 지나가던 이병규(9번)가 "(유)원상이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라면서 "원상이를 쉬게 해달라"라며 유원상에게 라커룸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선수를 보호하고 싶은 주장의 마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병규는 씨익 웃으며 유원상을 바라봤다. 기특하다는 것이다.
LG는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레다메스 리즈가 5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김기표, 이상열, 임찬규가 이어 던지며 4-0 영봉승을 마무리지었다. 연투로 피로해진 유원상은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유원상은 150km 가까운 묵직한 빠른 볼에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해 '불펜 에이스'로 떠올랐다. "안 맞으려고 세게 던진다. 스피드가 올라가니 자신감도 생겼다. 빠른 볼이 통하니 슬라이더도 타자들이 더 속는 것 같다"라는 게 유원상의 말이다.
이어 그는 "선발투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발과 중간 모두 해봤는데 나는 긴 이닝보다는 짧은 이닝을 강하게 던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라며 현재로선 구원투수라는 보직이 잘 맞고 있음을 밝혔다.
유원상이 LG를 지키는 만큼 동료 선수들도 유원상에게 힘을 실으며 그를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원상과 짝을 이룰 불펜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LG는 최근 3경기 중 2경기를 영봉승을 거두며 철벽 마운드를 과시 중이다. 예년에 보였던 모습은 분명 아니다. 이런 추세를 이어가려면 유원상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LG 마운드의 주축으로 떠오른 유원상.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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