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배수의 진을 쳤다.
부산 KT로 이적한 서장훈이 21일 KBL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에서 2012-2013시즌을 뛴 뒤 은퇴를 하고, 올 시즌 연봉도 전액 사회에 환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 정도로 서장훈은 절박하다. KT에서 지난 시즌 LG에서 맛봤던 각종 수모를 깔끔하게 씻어내고 영예로운 은퇴를 하고 싶어 한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서장훈다운 결단이다.
서장훈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출전시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KT의 우승을 위해 뛰겠다는 상투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장훈이 자신을 버리고 팀에 백의종군한다면 KT도 더 좋은 성적을 노릴 수 있다. 아직 KT는 창단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원주 동부에서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창진 감독을 영입한 이유도 KT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숙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0-2011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KT는 끝내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지 못했다. 2011-2012시즌에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결국 챔피언인 KGC인삼공사에 4강 플레이오프서 무릎을 꿇었다.
전창진 감독이 지난 3년간 KT에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높이였다. KT는 늘 높이가 아쉬운 팀이었다. 전 감독이 KT에서 포워드 중심의 '모션 오펜스'를 꽃피웠던 이유도 알고 보면 팀에 중량감 있는 인사이더도, 경기 조율을 해줄 무게 있는 가드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항상 용병 센터도 2% 부족했고, 국내 선수들의 신장이 작아 미스 매치가 자주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전 감독은 KT를 강호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김영환과 양우섭을 보내고 김현중과 오용준을 받아들였다. 여기에다 FA 서장훈까지 1년간 보유하게 됐다. 서장훈이 기동력이 떨어졌고 예전처럼 40분 풀타임 동안 변함없는 골밑 장악력을 보여줄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KT는 차기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서장훈은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센터다. 센터라고 하기에 뭣할 정도로 파워포워드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KT는 그의 슈팅력과 리바운드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KT와 서장훈 모두를 위한 길이다. 서장훈이 독한 마음을 품고 마지막 시즌에 임한다고 한들, 갑작스럽게 기동력이 좋아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서장훈을 40분 풀타임이 아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공격력과 제공권에서만큼은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장훈이 독하게 시즌을 준비할 경우, 여전히 서장훈의 고감도 중거리슛과 1대 1을 막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서장훈은 성적 욕심을 버렸다고 말했지만, 서장훈 개인적으로도 차기 시즌 팀과 개인 성적은 중요하다. 서장훈은 원래 2011-2012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하려고 했지만, LG에서 출전시간 배분에 따른 컨디션 저하와 이혼 문제가 겹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지금은 개인의 자존심을 접고 차기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납득 할만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 팀 성적이 중요하다.
서장훈도 사실 1999-2000시즌 SK, 2005-2006시즌 삼성에서 챔피언 반지를 낀 뒤 6시즌이나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현역 마지막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반지를 끼면서 KT의 우승 숙원마저 풀어준다면 그보다 영예로운 은퇴는 없을 것이다. KT와 서장훈이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양자의 행보는 2012-2013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예고은퇴를 선언한 서장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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