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철옹성 같던 삼성 불펜이 또 무너졌다. 삼성은 23일 대구 롯데전서 7회까지 3-0으로 앞섰지만, 8회 권오준이 동점 3점 홈런을 맞았고 9회 권혁이 박종윤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아 3-4로 패배했다. 18~20일 넥센에 3연패한 뒤 22일 롯데를 상대로 연패를 끊었으나 하루만에 다시 충격적인 패배를 맛봤다. 이로써 삼성 불펜은 올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4월 24일 대구경기에 이어 롯데전서만 두 번째 블론세이브다.
▲ 지키는 야구 위력 떨어졌다
기록을 살펴보자. 삼성은 지난 시즌 5회 리드 시 57승 7패 1무로 8개 구단 중 승률이 가장 높았다. 역전패 자체도 단 20차례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벌써 역전패를 7번이나 맛봤고, 5회 리드 시 역전패도 3번째 맛봤다. 그게 고스란히 전부 블론세이브로 기록됐다. 박빙 승부서 뒤집혔다는 뜻이다. 시즌은 4분의 1가량 지났지만, 역전패 수치가 지난해의 절반에 육박한 실정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삼성은 지난해 팀 홀드가 74개로 1위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3홀드로 4위다. 지난해 페이스만 못하다. 24일 현재 홀드 10걸 내에 안지만(4개)만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안지만도 23일 경기서 8회 볼넷으로 주자를 불려준 뒤 강판됐고, 팀은 역전을 당했지만, 홀드를 기록했다. 어쨌든 권오준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 전까지는 세이브 상황에서 팀이 리드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와는 달리 홀드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평균자책점과 불펜 투수들에게 의미가 있는 승계주자 실점을 봐도 부진이 드러난다. 정현욱은 16경기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9이고, 승계주자 8명 중 4명에게 실점했다. 권오준은 17경기서 1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4.96이고 승계주자 4명 중 2명에게 실점했다. 권혁은 16경기서 평균자책점 1.35에 1패 3홀드로 수준급 투구를 했지만 승계주자 13명 중 6명에게 실점했다. 23일 경기서도 역전 주자를 내보낸 투수는 권오준이었지만, 결승타는 권혁이 내줬다. 권혁은 평균자책점 변동 없이 분식회계를 했다. 안지만도 17경기서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21이지만, 승계주자 16명 중 6명에게 실점했다.
한 마디로 진정한 '계투'가 잘 안 되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207명의 승계주자 중 51명에게만 실점해 24.6%의 승계주자 실점률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에는 60명의 승계주자 중 21명에게 홈을 밟게 하면서 정확하게 35%의 승계주자 실점률을 기록하고 있다. 10% 가량 상승한 것이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2.44에서 올 시즌에는 23일 경기 전까지 3.41로 치솟은 건 이유가 있다.
▲ 더 이상 철옹성 아니다
삼성 주요 불펜 투수들은 지난해 선발 투수들의 많은 이닝 소화로 철저한 관리 속에서 등판했다. 피로도가 최소화됐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선발진이 들쭉날쭉한 활약을 보이면서 철저한 관리 속에서 등판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정현욱, 권오준, 안지만, 권혁은 이미 최근 수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해온 선수들이다. 투구 스타일과 패턴이 많이 노출됐다. 23일 황재균이 권오준에게 동점 3점 홈런을 친 건 권오준의 실투가 아니었다. 권오준의 떨어지는 싱커성 변화구를 황재균이 기가 막히게 걷어올린 것이었다. 이제 나머지 7개 구단 타자들도 더 이상 삼성 불펜에 쉽사리 당하지 않는다. 더 이상 삼성 불펜은 철옹성이 아니다.
심창민이 삼성 불펜 필승조에 새롭게 합류했지만, 여전히 박빙 승부서 믿고 맡길 수준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삼성은 예전보다 더욱 빡빡한 시즌을 보내고 있어 불펜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지도 못하고 새로운 불펜 투수를 발굴하기도, 심창민의 담력을 키워주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불펜진의 부진을 알면서도 부활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삼성 불안한 불펜 투수들. 왼쪽부터 정현욱, 권혁, 안지만, 권오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