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윤욱재 기자] '선수 이종범'의 마지막 모습은 역시 화려했다.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이종범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이종범이 26일 광주구장에서 선수 은퇴식을 가졌다. 식전 행사를 치르고 기자회견을 가진 이종범은 "팀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타이거즈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고 야구 쪽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종범은 은퇴 발표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은퇴식 발표 이후 특별한 일 없이 계속 쉬었다. 야구를 하면서 지금껏 힘들게 걸어왔고 가족들이 나 때문에 많은 희생을 해야 했다.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쉬면서 지인들과 좋은 얘기를 나눴다. '내가 뭘 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면서 지금도 충전의 기회로 삼고 쉬고 있다"라면서 유니폼을 벗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날 이종범은 아들 이정후 군과 시구, 시타 행사를 가졌다. 아빠가 던진 공을 아들이 헛스윙으로 화답했다. 이종범은 "아빠가 은퇴하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점을 배웠을 것이라고 아빠로서 느끼게 됐다. 아빠가 많은 관중들 앞에서 은퇴식 화려하게 치르는 것을 보면서 아들이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종범은 이날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시다시피 나는 광주에서 태어났고 대학교(건국대)만 서울에서 다녔다. 광주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팬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고 정말 고맙다. 타이거즈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앞만 보고 뛰었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타이거즈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이 바닥에서 최고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 게 엊그제 같다"라고 회상에 잠겼다.
향후 계획에 대해 "TV 토크쇼에 한 차례 출연할 예정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배움의 장을 만들고 싶다. 유학을 가거나 쉬면서 지인들과 못 나눴던 대화도 나누고 가족들에게 좀 더 아빠로서 역할을 더 하려고 하고 있다. 얼마 전 충주 성심학교도 갔다왔지만 내가 희망도 줄 수 있고 돌아다니면 좋은 일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느낀다"라면서 '야구 전도사'로서 언제든지 '활약'할 준비가 돼있음을 말했다.
그렇다면 이종범이 지도자로 돌아올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솔직히 말해서 바로 들어올 수 없다. 현재 기존의 8개구단 코칭스태프 조각이 짜여진 상황이다. 아직 생각한 건 하나도 없다"라면서 "정말로 편하게,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 급한 건 하나도 없다. 어떤 게 제일 올바른지 잘 선택하겠다"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이종범은 후배들에게 메세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말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나도 야구하고 싶을 만큼 붐이 일고 있다. 나로 인해 팬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것도 젊고 열정이 있을 때 가능하다. 나도 일본가기 전까지 운동장만 가면 '오늘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팬들의 심금을 울릴까'하고 생각했다. 나이 먹고 고참되면 기량 저하를 피할 수 없다. 스피드나 체력 모든 게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스스로 잘하고 있을 때 한 걸음 더 뛰고 팬들에게 웃음을 주고 희망을 주는 프로야구 선수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이어 그는 "내가 어렸을 때보다 연봉도 많이 받고 좋은 구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지금의 소중함을 알고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KIA 후배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팀은 리더가 있으면 희생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잘 할 때는 당연히 본인이 잘 하는 것이지만 슬럼프가 오고 팀이 잘 하지 못할 때 등에 있는 이름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좀 더 필요하다. 서로 격려해주고 팀을 위해 열심히 한다면 끈끈한 정으로 뭉쳐서 큰 빛이 될 것이다. 이는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마음가짐을 연결 받았으면 좋겠다"
이종범이 생각하는 자신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지금 뛰고 있는 (이)용규, (김)선빈이, (안)치홍이 같이 어린 선수들이 더 거친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팀이 살아난다. 관중들도 공격적인 야구 좋아하니까 KIA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어필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26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전 은퇴식에 참석하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광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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