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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최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지민에게서는 연신 박하의 모습이 보였다. 그만큼 그는 극에 빠져들었고 진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타임슬립을 표방한 '옥탑방 왕세자'에서 한지민은 조선 세자빈의 동생 부용과 현대의 박하 1인 2역을 연기했다. 그녀가 있어 극 초반 300년 전 조선에서 온 왕세자 이각(박유천) 일행의 좌충우돌 서울 적응기가 더 사랑스러울 수 있었고, 이각과의 애틋한 로맨스가 가능했다. 특히 한지민은 마지막회에서 왕세자를 사랑해 대신 죽는 비운의 부용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한지민은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를 찍기 전 종합편성채널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빠담빠담' 속 캐릭터와 달리 박하는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서 초반에 정말 많이 웃었어요. '빠담빠담' 때는 울면서 소리치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항상 엔딩신을 찍으면 막막한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자유롭지 않아요. 그만큼 극에 빠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레서 여행은 필요한 것 같아요. 먹고 자는 것이 목적인 여행, 항상 가족들과 같았죠."
"할머니와 함께 간 절에서 '옥세자' 칭찬 들었어요."
시청률이 안정적이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의 특성상 큰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깊이있는 연기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에도 '이산', '카인과 아벨' 등에 출연했던 그녀, 마지막회에서 전국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옥탑방 왕세자'는 한지민에게 있어 대중적 인지도를 상승시켜 준 뜻깊은 작품이 됐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다 뜻깊기 때문에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옥탑방 왕세자'같은 경우는 사랑을 많이 받은만큼 관심의 대상이 항상 있었어요. '재미있다', '아쉽다' 등의 반응이 항상 들렸던 것 같아요. 스토리 전개나 연기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랑받는 느낌이 있으니까 지치지 않고 힘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한번은 석가탄신일에 할머니 모시고 절에 갔는데 어르신들께서 '옥탑방 왕세자' 보느라 잠을 못 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잠 못자고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민은 '옥탑방 왕세자'에서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박하일 때는 한없이 밝고 착했지만 언니로부터 인두질을 당한 볼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던 부용은 눈으로 연기해야 했다. 한지민이 연기한 박하와 부용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박하와 부용이는 영혼은 같을지 몰라도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상황 안에서 집중하려 했어요. 박하는 소리내서 울 수 있었고 부용이는 그렇지 못했지만 더 아련한 느낌이 있었어요. 박하가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것'이란 대사를 할 때 일부러 부용이 톤으로 연기하고 그랬어요. 두 인물간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죠."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것'. 이각이 처제 부용에게 내린 이 수수께끼의 답은 연꽃 즉 부용이었다. 이 수수께끼는 단순히 질문임을 넘어서 극의 근간을 이뤘다. 이는 이각과 부용간의 교감을 형성했고, 부용의 가치를 입증했으며 암살 위기에 놓였던 이각의 목숨을 구했다. 방송 내내 무수히 많은 답들이 제기된 수수께끼의 답을 한지민은 언제 알았을까.
"답은 대본이 나오고 알았어요(웃음). 답을 알기 전에는 식물인간이 된 용태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시청자들처럼 나도 여러 방면으로 생각했죠. 촬영 현장에서는 씨앗이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씨앗이 땅에 묻혀야 꽃이 피고 꽃이 죽어야 씨앗이 피니까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한편에서는 우리라는 말도 있었어요. 밤샘촬영에 항상 비몽사몽이어서 우리가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산 것이 아니라서 그런 말이 나왔었다."
인터뷰 도중 한지민의 마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실물과 카메라 앵글 속 모습의 차이일 수도 있었겠지만 '옥탑방 왕세자' 속 한지민보다 조금 빠진 듯한 느낌의 그녀였다. 문득 빡빡한 드라마 일정 속 고생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올려졌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살이 더 쪘어요. 원래 드라마하면 좀 빠지는데 유일하게 몸무게가 늘어난 것이 이 드라마에요. 몸무게는 늘어나는데 얼굴 살은 잠을 못자 빠졌어요. 나중에는 피곤하니까 턱밑이 부어서 나오더라고요. 예전에는 젖살이 많았기 때문에 다이어트 비결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드라마하면 살이 빠져요. 너무 졸려서 잠시 졸아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정도로 일을 하면 살이 빠질 수 밖에 없어요."
2012년 '옥탑방 왕세자'로 기분좋은 작품을 남긴 한지민. 그녀는 '올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는가'라는 우문에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하루하루 큰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엄청난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점을 가장 크게 느낀 계기가 조카가 태어날 때였어요. 손이 열 개인지 발이 열 개인지 노심초사하면서 이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옥탑방 왕세자'를 찍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것을 가장 못했던 것 같아요. 감사함을 모르고 연기에 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행복한 작품을 아무 탈없이 끝낸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한지민.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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