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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유아인, "걸오처럼 사랑 못 받을 것 알았지만…"(인터뷰②)

시간2012-06-08 07:56:54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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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유아인(26)은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극본 이선미 김기호 연출 이명우)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영걸로 열연했다. 조금은 찌질하고 서툴렀던 영걸은 멋있는 주인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의아함을 안겨줬다.

인터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패션왕'과 극중 인물에 대한 유아인의 표현은 솔직해지고 깊어졌다. 그만큼 유아인은 작품에 애착이 있었고 배우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패션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보고싶지 않지만 계속 보게되는 불편한 진실같은 드라마였죠. 도덕적, 윤리적 열정이 아닌 왜곡된 열정,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의 허무함이 우리 드라마의 포인트였어요. 어떻게 보면 등신들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등신들이 성공을 향해 나가고, 등신들이 사랑하는 유쾌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도 있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이런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요"

작품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패션왕'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연배우가 아닌 연출진과 인터뷰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패션왕’에 대한 오해, 결말에 대한 아쉬움들이 유아인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정도 이해됐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제가 인터뷰하면서 '사실'이란 말을 많이 했어요. 사실 대부분 사람이 그렇잖아요. 돈, 성공에 중독되고 폭넓은 사랑은 얼마 못가는 것 같아요. 진짜 성공이 무엇인지, 인간으로서 성찰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목적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적이 되어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인생 아닐까요. 물론 불편한 단면이라 외면하긴 하지만 그런 것을 담고 있는 드라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 전 '패션왕'은 많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유아인, 이제훈, 신세경, 권유리 등 젊은 주연배우들은 밝은 트렌디 드라마를 만들어갈 것 같았고, 패션을 배경으로 한 극적 구성은 그 전문성과 다양성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극 전개의 어두운 이면에 밝은 부분이 가려졌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었다.

"'패션왕'을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기대하셨던 부분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영걸이의 현실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만화같은 주인공도 많지만 현실적인 주인공이었을 뿐이죠. 영걸이는 미성숙한 인물이었고 다소 거친 인물이었지만 돈과 성공을 쫓는 것이 최우선인 그에게는 극중 삶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죠"

KBS 2TV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 역으로 사랑받은 유아인에게 영걸은 도전 그 자체였다. 작품을 선택한 유아인은 배우 그 자체였다.

"걸오를 연기했기 때문에 영걸을 선택한 것 같아요. 걸오처럼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트렌디물 자체가 오랜만이었죠. 걸오는 항상 똑같은 옷만 입었고, '완득이'는 옷이랄 게 없었죠. 미니시리즈 현대극 속 영걸은 그런 부분에 반대되는 캐릭터여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렌디 드라마에 대한 애착을 밝힌 그에게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이선균, 공효진 주연의 '파스타'를 꼽으며 밝은 작품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파스타'는 정말 트렌디 드라마 그 자체에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케이블채널에서 '파스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넋을 잃고 봤어요. 특히 이선균, 공효진 선배님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요. 저도 다음 작품은 밝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작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영걸을 연기한 유아인이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면 특별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긍정적인 역할이 해보고 싶다는 유아인은 전력질주 중인 배우의 모습이었다. 연기에 대한 욕심, 열정이 그의 말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래서 더 깊이있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유아인에게 연기는 어떤 존재일까.

"연기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극중 인물은 제가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대상이죠.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모든 과정들이 연기라는 틀속에 담겨서 표현되는 것이 흥미로워요. 물론 재밌고 신나는 것보다 고뇌하고 힘든 시간들이 더 많지만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죠"

'패션왕'을 통해 모든 에너지를 쏟은 유아인은 쉴 법도 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단련했다. 드라마 종영 후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에 그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여행도 가고 여유를 즐겼는데 이제는 배우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요. 어떻게 보면 방과 후 시간처럼 작품 후 주어진 이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이제는 영화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순수하게 즐기지 못해요(웃음). DJ분들이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고 하죠. 작품을 볼 때 가만히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연구해요. 책을 한페이지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20페이지에요"

[유아인. 사진 = 스타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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