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상위권에 오르려면 한 팀은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팀을 상대로도 일방적으로 뒤져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천적이 되는 것과 달리 천적이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좋을 때 만나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고, 나쁠 때 만나면 연패의 늪이 깊어지게 된다. LG 트윈스에게는 넥센 히어로즈가 그랬다. LG의 5할 승률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한 존재는 넥센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중 3연전에서 LG는 넥센에 2승 1패를 거두고 이번 시즌 들어 넥센을 상대해 처음으로 위닝 시리즈를 이뤄냈다. 같은 서울 지역임에도 목동 부근의 호텔에서 합숙하며 '진짜 원정'처럼 경기에 임하는 등 비장한 각오가 있었던 덕이다.
LG는 7일 경기에서 두 천적을 극복해냈다. 번번이 팀의 앞길을 가로막던 넥센이라는 천적, 그리고 LG에 유독 강했던 우완 김영민이 바로 그들이다. 이날 이전까지 김영민은 LG전에 두 차례 등판해 각각 7이닝 1실점, 6이닝 1실점하고 두 번 모두 승리를 챙겼다. 시즌 승리는 3승에 불과했지만, LG에게만큼은 에이스급의 부담감을 가진 투수였다.
LG는 이날도 김영민을 확실히 공략하지는 못했다. 1-1에서 이천웅이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3실점을 안겼지만, 김영민은 무너지지 않고 9탈삼진으로 개인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김영민이 등판한 경기에서 끈질긴 추격과 역전, 그리고 동점에서의 결승타로 승리를 따낸 점이 의미가 있다. 차후에 김영민이 다시 등판한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7일 경기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던 흐름에서 승리로 가는 과정이 좋았다. 선취점을 내줬지만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선발 이승우가 무너지지 않고 5이닝을 2자책으로 버텨준 것은 달라진 LG 마운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10차례 등판한 이승우는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이 1번에 불과하지만, 5회를 넘기지 못한 것은 3번(그 중 2번은 4⅓이닝 이상 투구) 뿐이다. 평균자책점도 4.41로 나쁘지 않다. 승리가 없는 것은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한 영향이 크다. 팀 공헌도만큼은 절대 작지 않다.
동점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결승타가 중심타자의 손에서 나왔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돌아온 4번' 정성훈이 오재영을 상대로 터뜨린 한 방이 결승타가 됐고, 7회 2사에서 실점 없이 위기를 넘긴 유원상은 8회에도 호투하며 봉중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봉중근은 2안타를 허용했지만 동점은 내주지 않았다. 그 속에는 좌익수 위치에 있던 서동욱의 그림같은 송구도 있었다. 본래 전문 외야수가 아닌 서동욱이지만 집중력을 발휘해서 필요한 순간에 좋은 플레이로 마무리 투수의 피안타 하나를 아웃카운트 하나로 바꿔놓았다. 결국 이 수비가 발판이 되어 봉중근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봉중근은 최근 등판한 12경기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LG는 리즈가 떠난 이후 1달여 만에 그토록 원하던 확실한 뒷문지기를 갖게 됐다.
'약하지 않은 팀'과 '강한 팀'이 갖는 차이는 크다. LG는 약하지 않은 팀에서 서서히 강한 팀으로 변해가고 있다. 적어도 7일 경기에서 승부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결정적 장면들만을 통해 본 LG는 강한 팀이었다.
[넥센전 첫 위닝 시리즈를 만든 LG.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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