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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날개 잃은 천사’ ‘3!4!’ 등의 히트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룹 룰라의 리더였다. 컨츄리꼬꼬, 샤크라, 샵 등 인기 그룹의 제작자였다. 사업가로도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랬던 이상민이 지금은 엠넷 ‘음악의 신’에서 무참하게 망가지고 있다. 치부를 너무 드러내 애잔하기까지 하다.
이상민을 만난 장소는 지난 9일 오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L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었다. TV 속에서 자주 봤던 공간이라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느낌이었다. 초면이었는데 보자마자 기자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방송에서 너무 웃겼기 때문이었다.
“1월부터 제의를 했는데 4번 거절하고 5번째에 OK했어요.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오디션을 증오하면서 연습생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라는데 ‘시트콤이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고. 이해가 안 됐죠. 그래서 계속 거절했어요.”
“저는 이미 연습생 뽑아서 연습시키고 있었어요. 방송 제의도 많았는데 다 안 나갔어요. 가만히 있다가 그룹 기획해서 음반 제작하고 그게 잘 되면 ‘이상민이 만든 가수’라고 자연스럽게 알려지길 바랐어요. 그전에 ‘내가 합니다’ 하는 식으로 거추장스럽게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에 5번째 미팅을 CJ E&M 한동철 국장님과 ‘음악의 신’ 박준수 PD랑 같이 했어요. 그 때 한 국장님이 ‘대놓고 이상민씨를 까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와 닿았어요. 거절을 받더라도 확실하게 얘기하고 거절받자는 마음이었나 봐요. 아무튼 그 때 했던 얘기가 마음을 퉁하고 쳤죠.”
“날 까겠다고 하기에 ‘본질적으로 어떻게 깔껍니까’라고 물어봤어요. 한 국장님이 ‘연습생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상민씨가 불편할 정도로 공격하고 거기에 더 오버해서 이상민씨를 망가뜨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렇다면 합시다’ 했어요.”
쉼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래도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왜 이상민은 자신을 망가뜨리겠다고 한 프로그램을 수락했을까.
“저에 가장 큰 고통이 후회에요. 여럿이 있을 땐 안 그런데, 혼자 있게 되면 항상 후회를 했어요. ‘그 때 왜 그랬을까?’ ‘그 때 이렇게 했다면’하는 후회요. 항상 후회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이 방송을 하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 안에 있던 안 좋은 것들, ‘알량한 자존심’ 같은 것들을 털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망가지는 과정에서 제게 관련된 안 좋은 루머에 대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 국장님이 ‘아마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상민씨에 대한 대중들의 심리가 다시 돌아설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좋아하게 될 거라고.”
주위의 반응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정말 좋아해준다고 한다. “전화도 자주오고 몇 년 동안 연락 안됐던 사람들한테 연락도 오고. 방송 관계자, 기자, 가까운 사람들 할 거 없이 좋아해줘요.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게 행복해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연기를 어쩜 그렇게 잘 하냐고’ 하하”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가장 강한 내공이고 용기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면 다른 것도 시작하지 못해요. 저는 지금 ‘음악의 신’을 통해 털어놓고 있는 중이에요. 또 털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저 예전에 선배들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각 잡고 세모진 성격이었거든요. 남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쉽게 하고. 가요계 데뷔했을 첫 모습도 강한 모습이었어요. 그 모습에서 더 강해지려고 했죠. 당시 김건모, 신승훈, 듀스, 솔리드 등등 대단한 가수들이 엄청 많았죠. 조금만 신경 못쓰면 음반 100만장을 못 파는 상황이었어요. 룰라의 리더로서 100만장 판매와 상위 10위권을 지키려고 애썼죠. 전 또 그분들 보다 나이도 어렸거든요. 그래서 했던 생각이 ‘더 강해지고 더 까칠해야 된다’였어요. 가수 선배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생각했으니까. 괜히 더 싸가지 없게 굴었죠.”
“그 강했던 모습이 더 강해진 거예요. ‘선배들보다 내가 더 잘 해야돼’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어요. 사업적으로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려고 했죠. 준비되지 않은 놈이 이거 저거 하겠다고 시도한 거죠. ‘나 지금 이런 사업해’라고 허세 부리려고. 결과가 잘 따라줬다면 즐거웠겠지만, 기본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잘 안됐죠. 그게 점점 곪다가 터진거고.”
“그렇게 선배나 제작자들 대접 안 했던 저를 알고 있는 분들은 ‘음악의 신’이 더 재밌는 거예요. 5배는 더 재밌을 거예요. 말 한마디도 ‘송곳’ 같이 하던 놈이, 모르는 사람한테 놀림당하고, 모면하려고 헛소리 하니까.”
이렇듯 과거의 자신을 던져놓은 이상민에게“‘음악의 신’이라는 발판을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냐”고 물었다.
“현재 음반 사업 관련 일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내가 망가지면서도 ‘음악의 신’을 계속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다른 일을 안 하고 이 프로그램만 한다면 나한테도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거예요.”
“이 방송을 통해 내가 보여준 모습과 나의 음악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조만간 내가 만든 가수들이 평가 받을 기회가 올 겁니다. 제가 만든 가수들이 ‘이상민이니까 만들 수 있는 가수’라고 인정받고 싶어요. 프로페셔널한 무대로. 그러면서 ‘처참히 무너졌던 이상민도 다시 재기했다’는 메시지로 희망을 안겨주고 싶어요. 주위에서 ‘이상민씨 보면서 힘내고 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런 말들로 많이 힘을 받고 있어요. 재기해서 성공해서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프로그램 제목을 ‘음악의 신’으로 지은 이유는 방송의 모든 과정이 음악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민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다시 제작자로서의 도전을 준비하는 이상민이 또 어떤 음악으로 대중들 앞에 나설지 기대가 모아진다.
2편에 계속
[이상민.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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