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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현장발견 당시 사시나무 떨 듯 나에게 매달려 '절대 날 버리면 안돼'라고 말할 때 사고를 직감했다. 그때 그 표정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무려 8개월간 방치한 고3 지군의 아버지가 최근 케이블채널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지군은 지난해 3월, 전국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시신이 부패하자 안방문을 공업용 접착제로 밀폐한 뒤 8개월간 방치했다. 그는 지난 4월 국민참여재판에서 원심에서 구형된 15년 형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 단기 3년 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지군의 아버지는 "범행이 발각된 날 사시나무 떨 듯 매달리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사고를 직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날 버리면 안 돼'라는 말에 아들을 지켜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특히 지군이 엄마의 과도한 욕심과 집착으로 학대를 받았던 점, 자신과 별거 후 친척들과도 전혀 교류 없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며 고립된 상황이었던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의 엉덩이가 좀 짝짝이처럼 되어 있다. 한쪽만 워낙 맞아서, 그 상처가 진물이 나고 바지에 달라붙어 피가 나면 쓰라리니까 거기에 대충 약 바르고 휴지 붙여서 학교 가고 그랬다"며 "그런데 아이가 얼마나 참을성이 많았는지 주위에 거의 이야기를 안 해 처음엔 증언해 줄 친구도 찾지 못 했다. 심지어 사건 전 3일 정도 굶고, 이틀을 잠을 못 자고, 그 전날부터 밤새 맞았다고 하더라. 나도 예전에 애 엄마랑 싸우며 한 이틀 반을 못 잔 적이 있어서 아이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지군은 담담히 자신의 범행을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지군의 아버지는 그런 아들의 범행이 믿기지 않았고 아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군을 제지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가 그러더라. '매일 잠만 자면 엄마가 나타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그 이야기를 하며 모든 걸 털어놓고자 하는데 아빠로서 차마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그냥 다 밝히라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형된 지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여러 상황과 아이의 심리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과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존속살해에 대한 형량으로는 너무 낮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8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체를 방치한 부분에 대해 거센 비난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지군의 아버지는 "미래 언젠가 어머니를 죽인 사실에 스스로 느낄 깊은 절망과 고통도 생각해달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아이가 자기가 죽겠다는 생각에서 그 일을 저질렀지만 그 뒤처리를 감당할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우발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일을 저지른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나쁜 아이라면 사체를 유기했을 거고, 보통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 대부분이 비닐에 싸든지 해서 자기 범행을 감추려 하는데 아이는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는 거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군의 고모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되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라며 "가정 내에서의 아동 학대와 폭력에 대해 사회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이에게만 죄를 물을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가해자이지만 결국 어른들에 의한 피해자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의 결핍된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생각하며 폭언과 폭력으로 학대를 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드러내놓고 개선시켜 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나 아이 엄마에게나 내 죄가 제일 크다"고 말한 지군 아버지의 심경은 13일 오후 7시 방송된다.
[백지연(오른쪽)과 지군의 아버지, 고모. 사진 = tvN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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