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프로 통산 첫 승보다 더한 감격의 순간이 또 있을까.
LG 좌완 이승우가 감격의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이승우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전서 5이닝 7피안타 3탈삼진 3볼넷 4실점하며 2007년 데뷔 이후 5년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이승우는 장충고를 졸업하고 2007년 LG에 2차 3라운드 19순위로 지명됐다. 그러나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경찰청서 군복무를 마쳐야 했다. 그의 1군 기록은 2009년 5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8.31. 입단 후 5년이 되도록 1승을 하지 못한 철저한 무명 투수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의 눈에 들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지난해 2군 감독을 할 때 봐뒀던 선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라며 이승우의 중용을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감독인 나도, 야수들도 이승우의 1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늘은 잘해주겠지”라고 다시 한번 1승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이승우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4.41에 그쳤다. 4월 8일 대구 삼성전서 4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이내 잊힌 존재가 됐다. 심지어 5월에는 등판한 5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되는 불운을 떠안았다.
원인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구위다. 이승우는 투심, 커브, 슬라이더 등을 던지지만 직구 최고 구속 140km대 중반 이상을 찍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가 4월 28일 부산 롯데전 6이닝이었고, 그날 4피안타 3실점하며 자신의 유일한 퀄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1승도 없었던 ‘5이닝용 선발’ 이승우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올 시즌 5이닝 이하로 던진 경기가 단 3경기에 불과하다. 나머지 경기서는 대부분 5~6이닝 사이를 꾸준히 막아내며 LG의 선발진에 당당히 힘을 보태왔다. 4실점 이상 대량 실점이 4차례였지만, LG 타선이 이승우에게 유독 득점 지원을 화끈하게 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LG 타선은 SK 마운드를 두들겨 5회까지 무려 8점을 이승우의 어깨에 얹어줬다. 이승우도 그에 고무돼 최선을 다해 SK 타자들을 상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에 불과했지만, 투심과 커브를 사용하며 SK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느린 커브의 최저 구속은 107km였으니 최고 구속 139km와 30km 정도 차이가 났다.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였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구속은 빠르지 않아도 제구력이 좋았다. 7안타를 맞았지만, 집중타를 최소화해 4실점으로 막아냈다.
경기 후 이승우는 "첫승을 할 수 있도록 믿고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차명석 코치님에게 감사한다. 개인 성적보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5이닝용 4~5선발 요원은 사실 스포트라이트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땀을 흘린만큼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이승우도 숱한 스타 선수가 조명을 받는 걸 보면서도 음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다 이날 드디어 빛을 봤다. 단지, 남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기가 좀 늦었을 뿐이다. 5년만의 데뷔 마수걸이 승리, 이승우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데뷔 후 첫승을 따낸 이승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