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도, 선수들도 승우의 승리를 간절히 기다렸다.” (김기태 감독),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에 보탬이 되겠다.” (이승우)
올 시즌 LG 야구에는 그간 야구로 빛을 보지 못한 약자들의 행복한 여름날이 펼쳐지고 있다. 13일 잠실 SK전서 5이닝 4실점하며 2007년 데뷔 후 5년만에 첫승을 따낸 이승우를 비롯해, 14일 선발로 나서는 최성훈은 철저한 무명이다. 이성진, 이대환, 임정우, 신재웅 등도 선발과 불펜에서 깜짝 등판을 하고 있고, 타선에서도 김용의, 이천웅, 이민재, 최영진 등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있다. 빅5 외야수가 굳건하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들은 비록 성적은 미미하지만, 2군 선수들, 나아가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 2군 탐색 끝낸 김기태 감독, 휴머니즘 야구를 이끌다
어째서 올해 LG 1군에 뉴페이스가 쏟아지는 것일까. 김 감독은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이)승우는 내가 작년에 2군 감독 시절 지켜보던 아이다. 그냥 기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1군에서 통할 수도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기회를 주고 있는 것임을 암시했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된 선수 대부분 김 감독이 2군 감독과 코치 시절 가까이서 봐 왔던 인물들이다.
물론 현재 각 팀들도 2군으로부터 꾸준히 선수 보고서를 받는다. 하지만, 꾸준히 보고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김 감독은 이미 작년에 2군 선수 파악을 끝내고 소신 있게 선수 기용을 하고 있다. 설령 1군에서 안 통하더라도 일단 부딪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김 감독은 소위 말하는 무명 선수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면서도 절대 부담을 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보이지 않게 챙긴다. 지난달 이민재가 부산 원정에서 데뷔 첫 안타를 쳤을 때 김 감독은 직접 첫 안타 기념구 회수를 지시했다. 그들에게 첫 안타 공이 얼마나 소중한지, 1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금쪽같은지 알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유행했던 검지 세레머니나 주먹 세레모니 등도 결국 선수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감독은 선수를 믿고, 선수는 결과가 나빠도 일단 부딪혀본다. 그 과정 속에서 선수들은 하나가 된다. 김 감독이 “승우의 첫 승을 위해 야수들이 노력했다”고 말한 건 올 시즌 LG가 달라졌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올해 LG 야구는 무명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다.
▲ 강팀으로 가는 중간 과정
올 시즌 LG는 다른 팀에 비해 유독 1군 엔트리 변경이 잦다. 김 감독이 가능성이 보인다 싶으면 구리에서 과감히 1군으로 선수를 끌어올리고, 파격적인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설령 1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겨도 추후 다시 불러들여 테스트를 한다. 오히려 몇 차례 1군 주전으로 뛰며 ‘1군의 맛’을 안 선수들은 2군에서 더욱 기량 연마에 매진할 수도 있다. 13일 데뷔 5년만에 첫승을 따낸 이승우처럼 언제든 ‘무명만세’가 나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1군 엔트리를 오가는 선수들이 어느 정도 고정될 것이다. 뉴페이스들끼리 서로 자리경쟁을 하면서 결국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곧 김기태 야구가 자리가 잡히는 걸 뜻할 것이다. 어차피 올해 1군에서 기회를 얻은 모든 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다. 만약 1~2명 이상 1군에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면, 그들은 본격적으로 팬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그건 곧 LG 야구가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LG 야구는 김기태 감독의 믿음과 격려, 선수들간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성적도 나오고 있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5년만에 데뷔 첫승을 거둔 이승우나 프로 첫 안타를 기록하는 선수 등 1군에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의 스토리가 생산되고 있다. 과거 LG가 아무나 넘볼 수 없던 스타군단이었다면, 2012년 LG는 어느 누구에게도 꿈과 희망이 현실이 되는 휴머니즘이 넘친다. LG 야구가 확실히 바뀌었다.
[동료에게 격려를 받는 최성훈(위), 데뷔 첫승을 거둔 이승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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