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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이태성(27)은 지난달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용태무 역을 맡아 악역으로 열연했다. 극중 용태무는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왕세자 이각(박유천)은 물론 박하(한지민)까지 괴롭히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반면 용태무에게는 인간적인 순수함도 있었다. 홍세나(정유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 악행을 일삼으면서도 어설펐던 용태무의 인간적인 모습은 배역에 대한 이태성의 세심한 노력과 함께 탄생했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성은 극중 용태무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밝은 웃음, 선한 외모는 이태성의 모습이었다. 악역을 제대로 소화해낸 이태성. 그를 만나자마자 욕을 많이 먹진 않았는지 물어봤다.
"욕을 먹기보다는 귀여워해주셨어요(웃음). 극 스토리상 방해를 해서 역할 자체가 미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악플에 시달리거나 한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신적인 측면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악역 용태무는 그 악행만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이태성은 박유천과 치고박는 액션신을 찍었다. 결국 모든 악행이 밝혀지면서 경찰에 잡혀가는 용태무의 최후가 이태성 악역 연기의 절정이었다.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대본 나오기 전부터 발악하는 장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용태무라는 인물에게 있어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아요. 액션도 많았고 시간적 제약도 있었어요. 그래도 다들 의기투합해서 훌륭한 액션신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중 용태무는 동생을 배에서 밀어 바다에 빠트리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놔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박하를 냉동창고에 가두는 등의 악행을 일삼았다. 본격 악역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이태성은 그런 용태무들의 악행에 공감했을까.
"놓여진 상황에 속해있는 본질적인 모습은 이해가 갔어요. 2인자에 대한 서러움 등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용태무 한명에서 그 점을 유추하려면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아버지,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또 조선시대 서자에 대한 부분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어요. 물론 박하를 냉동창고에 가두는 것은 이해가 안됐죠."
이태성의 말처럼 극중 용태무는 박하를 냉동창고에 가두고 용태용을 유인했다. 용태무는 약품으로 박하를 기절시키고 외딴 곳에 있는 냉동트럭에 가뒀다. 박하는 한참을 갇혀있다 결국 용태용에 의해 구출됐다.
"이해할 수 없는 악행이었지만 연기자로서 디테일한 점을 많이 넣었어요. 마취제가 묻어있는 거즈로 박하의 입을 막을 때도 손을 많이 떨었었죠. 상황은 악랄해도 그런 서투름과 가미된 어설픔이 보는 분들에게 현실감을 더했던 것 같아요. 옥탑방을 부실 때나 핸드폰 부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한지민 누나와는 촬영장에서 농담도 많이 하고 즐겁게 지냈어요. 극중 배역이 생활력 강하고 털털하다보니 형같이 느껴질 법했지만 워낙 여성스럽고 귀여운 스타일이에요. 제가 '옥탑방 왕세자'가 아닌 '빠담빠담'에서 한지민 누나를 만났다면 단번에 여성스럽다고 느꼈을 거에요. 얼굴도 예쁘지만 심성도 고운 배우인 것 같아요."
이태성과 박유천은 형제였지만 서로 대립각을 세웠다. 용태용의 죽음도 이태성의 죽음에서 비롯됐고 조선에서 이태성은 왕세자를 죽이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사이가 안좋을 법도 했지만 두 사람 역시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솔직히 캐릭터상 감정을 유지하다보면 서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거나 친해지기 힘들 수도 있는데 박유천씨와는 불편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구타하는 장면도 있었고 서로를 상하게 하는 장면도 많았지만 카메라만 안돌면 다시 가까워졌어요."
마지막회에서 이태성은 왕세자 이각의 배다른 형제 무창군으로 깜짝 등장했다. 반전의 요소로 자리잡은 그의 등장은 극적 긴장감을 높였고 이와 동시에 이태성이란 배우가 사극과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극은 나중에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20대의 제가 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아다. 저도 물론 영웅물에 대한 로망은 있어요. 이순신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기 때문에 30대 넘어가서 배우의 얼굴이 완성되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의 말에서 배역에 대한 신중함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지금까지 이태성의 행보를 볼 때 그는 전작과 반대되거나 해보지 않는 배역을 주로 맡았다. 여기에는 이태성만의 연기철학이 숨어있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것이 안해본 것이에요. 잘할수 있는걸 하면 더 잘해낼 수 있겠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지금의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표현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해본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길이라고 말하는 이태성에게서 다른 배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성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배우로서 이태성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배우로서 최종목표는 광범위해요. 나중에는 연기적으로 액터스쿨을 만들어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미국 뉴욕에 있는 그런 액터스쿨을 통해 제가 공부하고 연기해왔던 것을 가르치고 싶어요. 위대한 작품은 많이 기억되지만 기억되는 배우의 이름은 그에 비해 적은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의 연기철학 등을 바탕으로 공부해온 것 처럼 저도 그런 영향력을 나타내고 싶어요."
[이태성.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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