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멜로의 외연이 넓어졌다. 한때 멜로는 20대 꽃같은 남녀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더 이상 풋풋한 첫사랑이나 목숨거는 순정적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관객들은 달콤하게 포장된 사랑만을 말하는 영화에 지루해했다.
멜로는 이제 첫사랑도 X년으로 만들고, 로맨틱 코미디와 버무려진 사랑 이야기에서는 권태기에 빠진 남편이 아내를 유혹하는 카사노바를 고용한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도 스크린에서는 금기가 아니다.
검버섯이 잔뜩 들어선 노인이 10대와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권태에 빠진 부부는 화장실 볼일까지 스스럼없다. 첫사랑을 X년이라고 부르게 된 남자는 학창시절 강남오빠에게 안긴 술 취한 그녀를 보고 서럽게 우는 '찌질이'가 되기도 하면서 어느 덧 멜로영화 속 남녀주인공은 예뻐야한다는 강박이 벗겨진 듯 보인다.
최근 350만 관객을 넘어선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류승룡은 흔히 말하는 훈남배우와는 거리가 멀다. 극중 국제적 카사노바 성기 역을 맡은 류승룡은 코믹과 진지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임수정을 사로잡았다. 여성관객들 역시도 그에게 열광했다. 전작 '최종병기 활'을 비롯, 코믹한 게이로 등장한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제외한 '고지전', '아이들', '평양성' 등 류승룡의 필모그래피와 완전히 다른 성기의 등장은 단연 류승룡의 재발견을 가능케 했다. 덥수룩한 수염 너머 간질간질한 멜로 배우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해줬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미쓰GO'는 고현정이 주인공이지만 일등공신은 유해진이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그러나 그가 신은 빨간구두만큼 튀는 유해진은 극의 주요 맥락 중 하나인 멜로라인을 담당했다. 소심한 여자 천수로의 흑기사로 활약한 유해진은 꽤 뜨거운 키스신까지 소화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언발란스한 캐릭터를 연기한 유해진은 스스로 멜로와 어울리지 않은 외모라고 말했지만, 멜로가 가능한 유해진의 재발견은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기도 하다.
우연히도 류승룡과 유해진은 1970년생 동년배다. 마흔을 넘긴 두 배우는 때로는 관객을 웃기고 때로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장악하다, 이제는 달달한 사랑연기로 관객 가슴을 간질이기까지 한다.
[류승룡(왼)과 유해진.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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