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할 3푼 치던 나도 4번 쳤는데 뭘.”
롯데 양승호 감독의 이야기다. 요즘 롯데의 최대 고민은 4번 타자다. 지난 9일 기존 4번 타자 홍성흔이 갈비뼈 실금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롯데의 4번은 주인 없이 다른 선수들의 임시직이 됐다.
양승호 감독은 홍성흔이 등 근육 통증으로 결장할 때부터 전준우에게 4번을 맡겼지만, 전준우는 자리가 주는 부담 때문인지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양 감독은 강민호에게 4번을 치게 했지만, 지난 주말 KIA와의 2경기서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이어 지난 주중 두산과의 3연전서는 황재균을 4번으로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13타수 1안타였다. 설상가상으로 강민호는 10일 부산 KIA전서 왼쪽 엄지손가락에 공을 맞았고, 14일 부산 두산전서는 황재균이 자신의 타구에 발목을 맞아 15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부담에 부진, 부상까지 겹친 롯데 4번 타순은 블랙홀이 됐다. 양 감독은 15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왜 거기만 가면 그래. 평소하고 똑같이 치면 되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기자들이 “롯데 4번이 많이 부담스러운가 봅니다”라고 하자 “그런 게 어디있어. 나도 타율 2할3푼치면서도 4번쳤는데”라고 웃었다. 양 감독은 “4번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통산 타율이 높지 않은 양 감독은 해태 시절 4번을 쳐본 경험이 있다.
이런 가운데 15일 목동 넥센전서 손가락 부상을 털어내고 4번 타순에 들어선 강민호가 솔로 홈런을 가동했다. 8회초 0-2로 뒤지던 상황에서 12구 접전 끝 오재영의 직구를 잡아당겨 115m짜리 솔로포가 나온 것이다. 본인의 올 시즌 8호이자 홍성흔을 제외한 다른 타자가 4번 타순에 들어서서 기록한 첫번째 홈런이었다. 강민호의 홈런에 이어 박종윤이 연속타자 홈런을 기록하며 롯데는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비록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강민호는 부담을 털어내고 4번 타자다운 활약을 했다.
현 시점에서 홍성흔을 제외하고 롯데 4번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강민호다. 일단 자리가 주는 부담을 제외하고 타격 스타일상 그렇다. 양 감독은 일발장타력을 갖춘 황재균을 활용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황재균은 중심타선에 들어선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러나 강민호는 이미 전임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5~6번 타자로 뛰고 있었다. 4번이라고 해서 딱히 부담을 가질만한 스타일은 아니다. 일발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도 갖췄다.
홍성흔은 6월에는 돌아오기 어렵다. 갈비뼈에 금이 간 이상 뼈가 붙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전반기 막판까지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롯데로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어차피 새로운 4번 적임자를 찾아야 할 입장이었고, 강민호로 굳혀지는 모양새다. 롯데는 만약 강민호가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겨워할 경우 지명타자로 출장시켜 체력을 아끼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승호 감독도 “정 안되면 우리 선수들 전부 돌아가며 4번 시키면 된다”라며 강민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4번타자로 자리매김할 조짐을 보인 강민호.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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