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용병이다.
넥센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가 15일 목동 롯데전서 7이닝 7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을 2.21로 낮춰 벤자민 주키치(LG)를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랐다. 다승 부문에서는 6승으로 장원삼, 미치 탈보트(이상 삼성) 이용찬(두산)과 함께 리그 3위에 올라있고, 85⅔이닝으로 이닝 소화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퀄러티 스타트도 11차례로 리그 1위이고 그 중 7이닝 2실점 이하 특급 퀄러티 스타트도 7차례나 된다. 피안타율은 0.240으로 리그 8위, WHIP는 1.19로 리그 7위이지만, 평균자책점이 리그에서 가장 적다는 건 그만큼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 숨은 실력자, 넥센은 그를 주시했다
나이트는 2009년 대체 용병으로 삼성에 입단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12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맛봤지만, 나이트 특유의 묵직한 직구에 반해 2010시즌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10년 8월 1일 대구 넥센전 도중 무릎 통증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정상을 노리던 삼성이 나이트를 기다려줄 여력은 없었다. 6승 5패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뒤 임의탈퇴처리 됐고, 2011년 넥센은 삼성에 임의탈퇴를 풀어줄 것을 요청해 2010년 10승을 따낸 번사이드를 포기하면서 나이트를 영입했다.
임의탈퇴는 규정상 삼성의 동의 없이는 국내 다른 팀에서는 뛸 수 없다. 당시 삼성이 나이트를 임의탈퇴로 묶었던 건 웨이버 공시 마감 기간을 놓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이트의 기량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넥센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나이트가 부상을 입었지만, 국내 최고 투수 전문가 김시진 감독의 날카로운 눈매를 통해 합격점을 받은 뒤였다.
나이트는 넥센 첫해인 지난해 7승 15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부진했다. 무릎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탓에 삼성 시절보다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넥센은 올 시즌 나이트와 재계약을 했다. 올해는 완전히 무릎 부상을 털어내고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넥센의 기다림은 결실을 맺었다. 올 시즌 나이트는 완벽하게 구위 회복을 알렸다. 2009년 삼성에 처음 입단해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다. 타자 무릎 근처로 낮게 깔리는 묵직한 직구의 볼끝이 살아났다. 슬라이더와 커브, 싱커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타자를 요리하고 있다. 넥센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15일 목동 롯데전서는 싱커만 무려 86개를 던졌다. 직구가 살아나면서 변화구 위력까지 배가돼 고비 마다 롯데 강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했다.
김시진 감독은 “구종을 추가한 건 없다. 무릎이 아프지 않으니까 구위가 살아난 것이다. 투구 과정에서 무릎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으니까 중심 이동도 잘되고, 제구력도 잘 잡힌다”라고 평가했다. 무릎에 옳게 힘을 모을 경우 하체가 안정되고, 그를 바탕으로 중심이동이 잘 돼 구위가 살아난 것이다. 또한, 중심이동이 잘 되면서 릴리스포인트가 안정되니 제구력도 살아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올 시즌 나이트는 무릎 부상을 털어내면서 38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 한국 4년차 관록, 영자신문 보며 마인드 컨트롤한다
나이트는 한국 4년차다. 국내 용병 투수들 중 최고참이다. 이미 한국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스트라이크 존, 타자와 심판의 특성까지 잘 알고 있으니 시행착오로 시간을 보낸 1년차 용병들보다 성적을 쌓기가 수월하다. 또한, 학구파 용병으로 유명한 그는 경기 전 영자신문을 읽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심지어 선발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 영자신문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무대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완벽 체득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 4년차 관록이다. 국내 데뷔 4년만에 최고 용병으로 거듭난 나이트가 넥센 팬들에게 목동의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나이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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