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넥센은 올 시즌 무명 돌풍의 진원지다. 타선에서는 2008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했다가 단 1경기만 뛰고 방출된 뒤 지난 해 넥센의 테스트를 거쳐 올 시즌 정식 계약을 맺은 우투좌타 내야수 서건창이 있다. 마운드에서는 지난 해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사이드암 한현희가 있다.
서건창은 17일 현재 타율 0.295 16타점 21득점 8도루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타율은 리그 16위이고 팀내 2위다. 김민성의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주전 2루수를 꿰찼고, 2번 타순에서 이택근-박병호-강정호에게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현희도 꾸준히 중간계투로 나오고 있는데, 5월 한달간 2군에 다녀온 뒤 최근 점점 박빙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다. 15경기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5이지만, 6월에는 5경기 평균자책점 0이다.
▲ 비포장과 아스팔트의 차이
서건창과 한현희가 걸어온 길은 좀 다르다. 서건창은 야구를 그만둘 위기를 몇 번이나 극복하고 올 시즌을 열어 제쳤다. LG에서 방출된 뒤 군복무를 해결하고 대부분 구단에 입단 테스트를 받은 뒤 마지막으로 노크한 구단이 넥센이었다. 절박함이 베여있다. 반면 한현희는 경남고 에이스 시절부터 닥터 K로 유명세를 치렀다. 숱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계약금 2억 3000만원을 받고 한화 하주석에 이어 전체 2순위로 넥센에 입단했다.
비포장도로와 아스팔트 도로가 있다고 치자. 운전자는 당연히 잘 닦인 아스팔트도로를 달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비포장도로에서도 달릴 수 없는 건 아니다. 서건창이라는 차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먼지도 마시고 자갈에도 맞아봤지만 결국 프로에 입성했고, 한현희라는 차는 잘 닦인 아스팔트도로에서 신나게 속력을 내며 프로에 입성했다.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서건창을 두고 “절박함이 돋보인다”라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야구 인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현희가 고생을 안 한 건 아니다. 야구에 대한 집중력과 의지가 대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지난 5월 성적 부진으로 넥센 2군이 있는 강진에 다녀온 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한현희에 대해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타자와의 승부를 빨리 한다”라고 칭찬했다.
둘은 비포장도로와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오며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결국 둘은 앞으로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목표다. 최근 이들은 기술적인 부분에 변화를 줬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박흥식 타격 코치는 “건창이가 타격 준비자세에서 방망이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더라. 최근에 방망이를 조금 뒤로 제쳤다”라고 말했다. 방망이 헤드가 투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테이크백(타격을 하기 위해 방망이를 뒤로 빼는 동작)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타격 타이밍이 늦을 수 밖에 없다. 박 코치는 서건창이 타격 준비 자세를 바꾼 뒤 타구의 질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공을 맞히는 재질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최근 서건창은 조용히 8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이기간 타율은 0.457, 무려 35타수 16안타다.
한현희도 투구 폼에 변화를 줬다. 16일 목동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민태 코치님의 지시로 팔꿈치 각도를 내렸다. 볼끝도 좋아졌고, 변화구 각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사이드암인 한현희가 팔꿈치 각도를 내릴수록 공의 움직임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현희의 슬라이더 각도는 더욱 커졌다. 직구의 움직임도 지저분해졌다. 타자들이 좀처럼 한현희의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지 못하고 있다. 5월 강진에서 투구 폼을 수정한 그는 최근 사실상 불펜 필승조로 뛰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고속도로에서 잘 달릴 것이란 전망을 하기에는 섣부르다. 고속도로에선 사고도 많이 나고, 성능 좋은 다른 차들에 가로막혀 정체할 수도 있다. 한현희는 “저 실투 많이 하는데요”라고 솔직하게 말했고, 박 코치도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다. 지켜봐야 한다”라고 서건창에 대한 최종 평가를 유보했다.
아무렴 어떤가. 넥센은 걸어온 길이 달랐던 두 희망 덩어리들이 매끈한 고속도로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둘은 신인왕 자격 요건을 충족할 것이다. 서건창과 한현희가 진정한 넥센의 영웅을 위해 달린다.
[올 시즌 넥센 돌풍의 중심 서건창(위), 한현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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