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록? 빨리 깨고 싶어요.”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의 한국 통산 세이브 1위 등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일 현재 개인통산 224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통산 1위 김용수(전 LG)의 227세이브에 3개차로 다가섰다. 빠르면 이번주 내로 달성 가능하다. 이제 오승환의 세이브는 그 자체로 한국 야구의 역사다. 올 시즌 세이브 부문 선두 프록터(두산, 17세이브)와도 5세이브 차에 불과하다. 이래저래 세이브에 욕심을 낼 상황이다.
하지만 19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만난 오승환은 생각이 달랐다. “세이브 기록? 빨리 깨고 싶다”라고 말하더니 대뜸 “내가 세이브를 기록한다는 건 팀이 1승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3세이브를 하면 3승이고 4세이브를 하면 4승이다”고 말했다. 그저 자신의 세이브는 팀 승리를 마무리 하는 것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투수들은 한번쯤 마무리 투수가 되는 자신을 꿈꾼다. 누구나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경기 종료 차임벨과 함께 포수와 멋지게 세레모니하는 일종의 로망이다. 하지 오승환은 대선배 김용수의 기록을 깨는 순간에도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세레모니도 없고, 어떤 타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도 상관없다고 했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누구를 어떻게 잡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세이브만 하면 된다.”
오승환은 오로지 팀만 생각하고 있다. “6위이지만 팀 분위기는 나빴던 기억이 없다”는 그는 “이기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올라 블론 세이브를 하면 팀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2010년 어깨, 팔꿈치 통증 및 수술, 재활로 합계 23세이브에 그친 것을 거론하며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런 아쉬움을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부상이 찾아오는 건 생활 속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2010년 여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최악의 경우 2011년 시작과 함께 컴백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피나는 재활을 통해 2006년 47세이브 때와 기록도, 구위도 똑같이 되돌려 놓았다. “다치는 것보다, 다친 이후가 더 중요하다. 재활을 잘해서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오승환의 생각이다. 그 결과 2011년 화려한 세이브 왕의 귀환과 더불어 삼성도 5년만의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오승환이 그해 최고의 기록을 찍었을 때 삼성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반대로 오승환이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2009년에는 삼성도 12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맛봤다. 마무리 투수의 운명이 다 그렇지만 삼성도 오승환도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승환에게 세이브는 그저 삼성의 1승을 알려주는 차임벨이다.
[세이브 통산 1위를 앞두고 있는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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