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강렬했던 2이닝이었다.
20일 삼성과 KIA가 연장 접전 끝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연장 승부였다. 특히 삼성은 동점 상황에서 9회 마무리 오승환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고, KIA도 올 시즌 선동열 감독의 필승 카드로 거듭난 박지훈이 8회부터 등판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투구했다. 둘다2이닝 무실점 한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승환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실점을 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9회 1사 후 박기남에게 안타를 맞은 뒤 이용규를 2루수 땅볼로 출루시켰다. 하지만, 이용규를 견제사 처리하면서 포효했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고 김원섭에게 희생번트를 내줘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오승환의 강심장이 입증됐다. 강타자 이범호를 고의4구로 걸렀다. 류중일 감독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김주형에게 초구에 폭투를 던져 1사 2,3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3~5구를 차례로 스트라이크를 팍팍 꽂아 넣으며 김주형을 돌려세웠다. 안타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오승환의 투구에 김주형은 얼어붙었다. 오승환은 이후 안치홍을 고의구로 거른 뒤 경험이 적은 이준호를 4구째만에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박지훈도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오승환에 앞서서 8회말 무사 1루 위기에 등판한 박지훈은 첫 타자 배영섭을 희생번트로 처리했고, 1사 2루 위기에서 박한이를 볼넷으로 내줘 흔들렸다. 하지만, 최형우를 3루 땅볼로 처리했고, 이승엽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9회에는 선두타자 박석민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으나 진갑용의 번트가 본인 앞에 떠오르자 재빨리 다가가 아웃을 했고, 1루수에게 공을 던져 더블아웃을 이끄는 기민함을 선보였다. 후속 조동찬에게 좌중간 2루타, 이지영에게 짧은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김상수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오승환과 박지훈은 이날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위기에서 고의4구를 내주고 다음 타자와 승부를 할 정도로 벼랑 끝 승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박지훈도 삼성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에 가는 행운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위기에서 도망가지 않는 투구를 선보이며 삼성 타자들과 대등하게 싸웠다.
오승환은 2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박지훈은 2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19일 경기 전 KIA 선동열 감독은 “박지훈이 오승환과 닮은 점이 있다. 직구 구위는 오승환보다 좀 떨어져도 옛날 오승환처럼 경기 운영 능력이 있고 자신있게 승부를 할 줄 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박지훈은 선 감독의 말을 어느정도 실천해보였다. 물론, 오승환도 오승환이었다. 두 단국대 선후배들의 인상적인 투구가 돋보인 20일 저녁 달구벌의 풍경이었다.
[오승환과 박지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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