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전에는 성적을 신경썼는데 이제는 커트하고 볼카운트를 오래 끌고 가면 기분이 좋아요. 삼진 당하는 게 제일 싫죠.”
삼성 우투좌타 외야수 정형식은 올 시즌 47경기서 93타수 21안타 타율 0.247 3타점 21득점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입단 후 4년만에 비로소 1군 주요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초반 잠시 2군에 내려간 뒤 4월 24일 복귀한 뒤로는 계속 1군에 붙어있다. 최근 채태인의 1군 말소로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들어가자 정형식은 배영섭과 함께 주전으로 중용되고 있다.
정형식이 기본적으로 류중일 감독의 신뢰를 받는 이유는 바로 ‘끈질김’때문이다. 정형식의 볼카운트 별 승부를 보면 3B2S 풀카운트에서 11타수를 기록했고, 2B2S에서도 12타수를 기록했다. 결과는 각각 타율 0.091, 0.167로 좋지 않았지만 풀카운트에서는 볼넷도 7개나 골라냈고 삼진은 단 1개만 당할 정도로 끈질겼다. 그래서인지 타율에 비해 출루율 0.355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정형식은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 꿈에 그리던 선발 출전 기회를 연이어 잡았지만 20일 대구 KIA전서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교체됐다. 최근 5경기서도 16타수 4안타로 주춤하다. 그래도 20일 경기 직전 만난 그는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다. 성적도 신경 썼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성적보다 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일단 개인 성적 욕심은 접어두고,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그는 “삼진을 당하는 게 가장 기분이 좋지 않지만 혹여 삼진을 당하더라도 커트를 3~4개 하고 볼을 골라내서 투수를 괴롭힌다면 괜찮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루상에 살아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루한 뒤 곧바로 도루에 성공하면 제일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최근엔 기술적으로도 달라졌다. 그는 “2군에 잠시 내려갔을 때 장태수 코치가 타격에 대한 조언을 계속 해줬다. 스프링캠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타격 타이밍을 잡을 때 오른쪽 무릎을 조금만 구부리라고 하셨다. 타격 동작이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정형식은 그동안 스트라이드(타격하기 직전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다리를 들었다가 놓는 것)때 무릎을 많이 구부려 자세가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말끔하게 교정했다.
또한 정형식은 “좌투수보다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의 볼을 치는 게 더 어려운데, 정작 결과는 사이드암이 더 좋다”고 웃었다. 좌투수에게 타율 0.200인 그는 언더투수에겐 타율 0.286으로 강하다. 결과적으로 좌투수를 상대할 때는 선발에서 빠지거나 대타로 교체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성적에 신경을 쓰면 생각이 많아져서 주춤하게 된다”고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삼성에는 팀에 보이지 않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많았다. 지금 삼성에서 코치로 몸을 담고 있는 김재걸이나 김종훈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정형식이 이제 그들의 계보를 이어가려고 한다. 정형식은 “예전에는 그저 1군에만 붙어있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팀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다. 타율 0.270에 도루 30개,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팀 플레이어로 거듭난 정형식.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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