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지만 큰 희망이다.
KIA 최향남이 불펜 한자리를 꿰찰 기세다. 20일 대구 삼성전서 0-0이던 연장 10회에 등판해 1⅓이닝동안 2탈삼진을 솎아내며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이날 양팀의 모든 투수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유독 최향남이 돋보였던 건 전성기 시절 보여줬던 공격적인 투구를 그대로 다시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향남은 선두타자 배영섭을 5구째만에 1루 플라이로 잡아냈다. 후속 박한이는 3구 삼진, 최형우는 2구째에 1루 땅볼로 잡아냈다. 11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이승엽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고 홍성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4타자에게 총 13개의 공을 뿌렸다. 직구 스피드는 140km 미만이었으나 자신감은 140km보다 위협적이었다. 첫 타자 배영섭을 제외하고 모조리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볼카운트를 주도해나갔다.
최향남이 현 시점에서 이런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향남은 지난 2008년 롯데 시절 이후 꾸준히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를 노크했다. 그러나 실패하고 독립리그에서 몸을 담다가 지난해 롯데에 다시 입단했다.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해 미아가 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KIA와 입단계약을 맺었다.
최향남의 도전 정신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되든 안 되든 최고의 무대를 노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비록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지는 못했지만 KIA에 세 번째로 입단했다는 건 KIA도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몸을 만들어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19일과 20일에는 첫 연투를 했다.
또한 선동열 감독도 다른 사령탑들과 마찬가지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줄 아는 투수”를 선호한다. 이는 다른 말로 공격적인 투구를 할 줄 아는 투수가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지론이다. 바로 최향남이 이를 집약해서 보여줬다. 선 감독이 괜히 입단 계약을 맺자마자 지난 군산 LG 3연전에 최향남을 1군 합류시킨 게 아니다.
선 감독은 올 시즌 KIA 마운드 대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간 불펜에 이름이 자주 보였던 몇몇 투수는 올 시즌 이름을 볼 수 없다. 대신 그 자리에 박지훈, 홍성민, 진해수 등이 중용되고 있다. 이들은 젊고 패기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향남은 이런 KIA 불펜진에 노련미를 불어넣을 수 있다.
선 감독은 1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박지훈이 지쳤다. 최향남이 불펜진에 힘을 보태준다면 도움이 된다. 최향남을 한 두번 더 지켜본 뒤 괜찮다면 필승조로 기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황상 선 감독은 최향남을 필승조에 편입할 가능성이 크다. 19일 경기는 크게 뒤진 상황이었지만 20일 경기는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했고, 투구내용은 완벽에 가까웠다.
만 41세, 류택현(LG)과 함께 리그 최고령 투수가 된 최향남이 13구 속에 보여준 열정은 시속130km 직구보다 뜨거웠다. 최향남이 KIA 불펜 희망으로 거듭나고 있다.
[돌아온 최향남.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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