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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콘서트 취소 사태, 한류 위기의 증거라 보긴 어려워
6월 30일부터 이틀간,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K-POP 콘서트가 취소됐다. 주최사인 '안피니 재팬'이 채무초과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판매가 끝난 티켓을 환불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 돌연 공연 중단, 왜?
마쓰바야시 고요 씨가 대표를 역임하는 '안피니 재팬'은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10년 9월에 상품 판매와 광고, 선전, 판매 촉진 기획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최근 이 회사는 'K-POP in 도요오카·가나베 고원'이라는 타이틀로 한류 이벤트 기획을 진행하며,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번 이벤트에선 카라를 비롯해 초신성, 제국의 아이들, 박현빈 등 한국 유명 가수들이 참가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코앞으로 다가온 공연의 티켓 판매가 크게 저조했고, 각 프로덕션 등에 지불할 금액 마련도 어려워 결국 이벤트 자체를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주최사 '안피니 재팬' 측은 공연 취소에 따른 티켓 환불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피니 재팬의 사업 중단과 더불어 사후 처리를 맡게 된 후쿠다 다이스케 변호사 측에 따르면, 주최회사인 안피니 재팬은 현재 자산이 거의 바닥났다고 한다. 오사카 지법에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비용도 확보 못할 정도라는 것.
현재까지 이 회사가 직접 판매한 티켓은 450여 장. 대리점 판매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다행히,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 티켓은 환불이 가능할 전망이다.
▶ 티켓 판매저조, 한류 종언의 증거?
이번 케이팝 콘서트 취소 및 환불 불가 사태와 관련해 일본 인터넷상에서는 주최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한류 붐도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번 공연에는 카라, 초신성, 제국의 아이들 등 일본에서 나름 알아주는 한류 스타들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런데도 티켓판매가 저조해 이벤트 취소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에 일본 누리꾼들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래서 일본의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은 이번 이벤트 취소가 케이팝 붐의 종언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과 커뮤니티 사이트인 2채널에서는 '그 카라가 티켓 판매저조?', '이제, 케이팝도 한계인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한류, 케이팝의 위기로까지 연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류 자체의 위기보다는 공연 기획 자체의 문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공연장 위치에 문제가 있다.
효고 현립 다지마 돔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는 물론, 비교적 가까이 있는 대도시 오사카에서도 2시간 이상은 족히 걸려 접근성이 좋지 않다. 심지어 근처 시가지에서도 버스를 타고 20분을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이 공연에서는 버스 투어 상품까지 동원됐다.
더구나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점도 문제다. 가장 비싼 좌석인 SS석은 12,000엔이었고, 가장 싼 좌석도 7,500엔이었다.
케이팝 공연의 경우, 일반적으로 티켓 가격이 일본의 여타 콘서트보다 비싼 편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경우, 공연 게스트 수준과 공연장 입지, 수도권보다 싼 지방 물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봤을 때, 티켓 가격이 다소 과다하게 책정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일본 각지에서는 케이팝 이벤트가 무수히 열리고 있다. 한국의 가요 시상식마저 일본에서 열리는 실정이다. 한국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수준의 호화 콘서트도 1년이면 여러 차례 열린다. 갈수록 케이팝 공연에 대한 희소성, 효용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의 아이돌 공연이라면 무조건 관객이 몰려드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그렇지 않은게 사실이다. 티켓 판매가 저조한 것은, 효고 현과 주변 지역 한류팬들이 티켓가격을 지불할 만큼 이번 공연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불편한 교통과 입지, 비싼 티켓 가격을 상쇄할 만한 특별한 매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카라, 초신성, 제국의 아이들이 나왔다한들 메이저 방송사나 대형 주최사가 여는 케이팝 콘서트에 비하면 메리트가 적다.
사실 케이팝 공연의 티켓판매 저조로 인한 공연 취소나 관객 미달 사태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공연이 '환불불가'라는 초유의 사태로 발전한데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카라'라는 이름이 들어간 공연이 취소됐기 때문에 파문이 확산됐을 뿐, 이전에도 관객 수 미달, 부족, 혹은 티켓판매 부진에 따른 공연 취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말에 열린 케이팝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대국남아, X-5 등이 참여한 이 공연은 1,2층 관객석 가운데, 1층도 다 차지 않아 일본 누리꾼들의 실소를 자아낸 바 있다. 2007년에도 도쿄돔에서 열린 케이팝 이벤트의 성적이 저조해 이벤트 회사가 파산한 일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문제 하나를 놓고 한류의 내리막길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류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일본 공연 주최 회사 측의 안일한 공연 준비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한류 붐이 절정시기를 지났다는 데는 크게 이견이 갈리지 않지만, 이 공연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이번 공연으로 인해 카라가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공연의 티켓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주최사 측에서 부랴부랴 카라 측에 연락한 뒤 게스트 명단에 추가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공연은 취소됐고, 카라의 명성에 흠집만 내는 결과가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카라만큼 일본에서 내실 있는 케이팝 가수도 드물다. 다른 출연 가수들도 의도치 않게 망신을 당하게 됐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JPNEWS는 카라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카라 측도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경황이 없었던 탓인지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추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만 밝힐 뿐, 코멘트를 삼갔다.
이번 이벤트 후원을 맡은 효고 현 도요오카 시의 담당자 측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일 교류는 물론, 대지진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일부 수익 기부' 얘길 듣고 후원하게 됐는데,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와서 아쉽다. 아직 주최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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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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