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가 또 한번 중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 25일 선수협의회가 임시 총회를 갖고 오는 7월 21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프로야구 1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올스타전을 보이콧 할 수도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폭탄선언이다.
여론은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결의를 적극 지지한다. 최근 KBO 이사회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추진 보류를 결정한 것에 대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실제 선수협 총회에선 9개 구단 선수들이 일치단결해 10구단 창단을 촉구했다. 그날 선수협 총회에 참가한 선수는 대부분 각 구단의 간판선수들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10구단이 창단 되든 되지 않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선수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 목소리로 올스타전 보이콧을 시사했다. 10구단에 대한 선수들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선수협의 요구는 간단하다. 각 구단들이 10구단 창단 추진 보류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올스타전 보이콧을 하고, KBO 규약대로 올스타전 불참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10경기 출전정지도 감수하며, 나아가 리그 불참까지 논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간 재야의 야구인들이 10구단 창단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선수협의 올스타전 보이콧 시사가 처음이다.
현 상황에서는 각 구단들이 선수협의회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9구단 NC의 창단 승인을 늦출 때부터 어떻게든 10구단 창단을 늦추고 싶어했다. 때문에 KBO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보류는 애당초 예견된 일이었다. 국내 거대 기업을 모그룹으로 둔 일부 지방 구단들이 10구단 창단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향후 선수협과 각 구단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10구단 창단 반대자들이 창단 반대의 이유로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 인프라 부족을 운운하는 건 터무니 없는 발상이다. 9구단 창단 승인을 할 때까지 지난 30년간 그들의 행보를 스스로 반성해볼 때다. 또한, 당장 10구단 창단으로 리그 질적 저하 상황이 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프로야구를 1~2년 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스프링효과다.
결국, 창단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당장, 내 밥그릇을 10구단과 나눠 먹기 싫다”는 것이다. 야구인들이 야구단 경영을 하지 못하고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우리네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여전히 각 구단 사장, 구단주들은 야구단을 단순한 계열사로 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단 KBO가 올스타전 파행을 막기 위해 각 구단을 개별적으로 접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구계 이슈에 있어서 중재력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잘 풀릴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선수협의 요구에 시원스럽게 대답을 해줄 주체가 없다. 각 구단들도 10구단 창단 보류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이런 가운데 어느 구단이 나서서 자신들의 입장을 선수협에 말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선수협의 반발에도 쉽게 입장을 바꿀 것인지도 의문이다.
만약 올스타전 보이콧이 실제로 일어나고 해당 선수들이 1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뒤, 리그 불참 논의까지 이어진다면, 결국 선수-구단, 구단-구단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나아가 선수협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조 설립을 추진해 법적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면 구단들도 ‘세게’ 나올 수 있다. 프로야구 자체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실 선수협의 속 뜻은 “대화를 하자”다. 선수들 입장에서도 올스타전 불참은 부담스럽다. 선수협은 KBO와 각 구단들이 성의있는 움직임만 보인다면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야구계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선수-구단-KBO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KBO가 빠른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 형식으로 대토론회를 개최해 야구계 모든 주체자가 모여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그렇게 접점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9구단 파행체제를 향후 늦어도 2~3년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26일 프로야구가 역대 최소 경기인 255경기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요즘 프로야구를 보면 마냥 팬들이 야구를 사랑해줄 것 같다. 오산이다. 팬들은 냉정하다. 구단과 선수, KBO가 10구단 문제로 계속해서 분열을 일으킨다면, 지금 이 야구 인기와 사랑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야구인들이여, 모두 모여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을 열자.
[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구장(위), 선수협의회 총회(아래).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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