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남자농구의 세계 무대 도전, 참 어렵다.
이상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4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조별리그 C조 2차전서 석패하며 2연패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로써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4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지난 16년간 한국 남자농구는 국제무대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번 최종예선을 준비한 한국의 목표는 런던 행 티켓을 거머쥐는 것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실력이 안 된다.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4년째 국제 메이저대회에 나서지 못한 한국은 세계 무대는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중, 상위권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이번 대표팀의 목표도 결국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일단 아시아 레벨의 대회서 중국에 이어 2인자 이미지를 회복해야, 세계 대회에 꾸준히 나설 수 있다. 한국에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중간 고사였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을 1승 상대로 삼았다. 실제 잘 싸웠다. 전반에는 리드를 잡은 채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결정적인 공격 리바운드를 연이어 빼앗긴 채 패배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이 러시아보다 높이가 낮다고 해도 결국 세계 레벨의 무대서는 리바운드가 아킬레스건이다. 러시아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날도 리바운드 다툼에서 28-58로 뒤졌다. 30번이나 공격 기회를 더 줬는데도 10점 차로 패배했다는 건 어쩌면 도미니카공화국이 비효율적인 농구를 했다는 뜻이다.
높이 열세는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신장과 체격 열세를 안고 태어나는 한국 선수들의 숙명이다. 좀 더 공에 대한 집착을 키워 최대한 간극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높이에서 열세인 세계적인 강호들과 붙을 때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를 느끼고 익히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더 이상 3점슛을 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지적됐던 부분이다. 더 이상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3점슛이 주 무기가 아니다. 슈터가 사라진 한국은 3점슛 강국이 아니다. 러시아가 보여주듯 세계적인 강호들은 신장도 크고 외곽슛도 우리보다 더 정확하다. 심지어 더 빠르고 조직적인 수비도 좋다. 참으로 열 받는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대신 한국 특유의 기습적인 수비, 강력한 전면강압수비에 이은 아웃넘버 상황에서의 속공을 내세워야 한다. 이상범 감독도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이번 최종예선서 아주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전 전반전서는 수비가 준비한 대로 잘 됐다는 건 최종예선 최대 수확이었다. 하지만, 수비 성공 이후 공격 전환에서 상대팀들이 빠르게 수비로 전환할 때 높이를 의식해 확실하게 공격을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한국만의 공수 패턴플레이를 완성하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확실한 성과도 있었다. 이승준, 김선형 등이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주눅이 들지 않고 과감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김종규와 이종현, 두 젊은 센터들도 세계적인 센터들과 몸을 부대끼며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아직 지도자로서 경험이 많지 않은 이상범 감독,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우지원 코치 역시 이번 세계 대회 참가가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한국이 예상대로 최종예선 조별리그 2패를 안은 채 귀국길에 오른다. 이제 모든 선수는 소속팀으로 돌아가 2012-2013시즌을 준비한다. 대표팀에 이번 대회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데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면, 2패는 결코 헛되지 않은 결과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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