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풀스윙보다 컨택 위주로 나섰다.”
홍성흔이 7일 부산 삼성전서 결승타 포함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후 전한 말이다. 홍성흔의 2안타는 이날 승부의 물줄기를 롯데로 가져왔지만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삼성 선발 배영수의 변화구를 지능적으로 공략한 홍성흔의 베테랑다운 타격이었다. 홍성흔은 최근 풀스윙이 조심스럽다. 갈비뼈는 완전히 붙었지만, 주변 근육이 경직된 상황에서 갖다 맞히는 스윙을 하는 경향도 있다.
▲ 풀스윙의 함정
지도자들은 항상 타자들에게 “자기 스윙을 하라”고 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풀스윙을 뜻한다. 실제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자의 경우 풀스윙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시 집중력이 떨어져 “어. 어”하다 삼진을 당하거나, 자신 없이 어정쩡한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다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아웃이 되더라도 풀스윙을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타자는 컨디션이 좋을 때가 많다.
바로 여기서 함정이 발생하기도 한다.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나머지 어떤 상황에서든 크게 휘두르다 오히려 투수의 역공에 휘말리는 것이다. 요즘 베터리들은 타자의 스윙 궤도를 보고 구종을 결정한다. 그래서 항상 타격 컨디션이 좋을 때 슬럼프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풀스윙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안타를 터트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 상황에 맞는 타격의 중요성
타자가 항상 풀스윙으로 안타를 만드는 건 아니다. 컨디션을 떠나서 어정쩡한 자세로 타격을 해서 만든 안타와 풀스윙을 해서 만든 안타는 똑 같은 안타다. 더구나 풀스윙을 해서 친 타구가 아웃되는 경우도 있고,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우도 많다. 야수들은 잘 맞은 타구가 갈 법한 지점에 서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타격 자세가 무너지면서 갖다 맞혀 안타를 만드는 것도 타자의 능력이다.
홍성흔은 갈비뼈 통증에서 벗어난 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스윙하다 다친 것이라 의식이 되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복귀 후 20타수 8안타로 분전 중이다. 특히 7일 삼성전 타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컨디션이 좋은 타자가 풀스윙을 해도 안타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오히려 풀스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1회에는 몸쪽에 들어오는 볼을 기술적으로 바깥으로 밀어내는 타격을 했고, 3회에는 2S에서 바깥쪽 슬라이더를 슬쩍 밀어쳐서 삼성 전진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적시타를 쳤다. 2안타 모두 어정쩡한 스윙은 아니었지만, 분명 완벽한 풀스윙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몸 상태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만큼 홍성흔이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뜻이다. 홍성흔은 경기 후 “몸쪽 코스로 찌른 뒤에는 슬라이더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전력 분석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영리한 타격이었다. 특히 3회 볼카운트 2S로 몰린 상황에서 풀스윙으로 잡아당겼을 경우 배영수의 변화구 승부에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날 수도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타격은 정석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너무 상황에 따라 톡톡 갖다 맞히는 스윙에만 익숙해질 경우 자신의 고유한 타격 폼을 잃어 버릴 수 있다. 때문에 풀스윙과 상황에 맞는 타격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자신의 폼도 유지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기간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타자다. 홍성흔도 몸 상태가 100% 회복될 경우 곧장 과거의 호쾌한 스윙의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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